백발의 커플
어느 화창한 봄날
토요일 오후
공원에서
눈부신 백발의 커플을 보았다
두 분 다 하얀 옷을 차려입고
연못 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 동네 분들이었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북한에서 오신 분이고
할아버지는
강북에 산다고 하셨다
가끔 오셔서
같이 데이트하신단다
할아버지가 한 번씩 들러
할머니를 위한 선물을 사며
한 마디씩 소식을 전해주셨다
몇 년간 소식이 없었는데
80대 이신 할머니가
치매란다
하루는 할머니가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노래를 하시는데
나한테까지 들렸다
목소리도 청아하시고
노래도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
요양보호사에게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전화하라고 하신단다
할아버지는
점잖은 분이셨다
매일 보고 싶다고
전화한다면서
할머니 선물을 사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