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님께(2)
“아침밥은 먹었냐?”
하시며 쿠킹포일로 꼼꼼히 싼 토스트를 건네셨죠. 정말 감사했어요. 아주 맛있었고요.
역시 참 좋은 분이시라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하마터면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지!” 라며 잔을 내미 실 때도 자연스럽게 따를 뻔했잖아요.
기억하시죠 선배님?
오늘은 귀여운 대학생 따님한테도 시전 하시길 빌게요.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잖아요! ^^
“네가 얼굴이 예쁘길 하냐!?”
하하하. 저는 할 말이 없어 멋쩍게 웃었어요.
잘 생긴 선배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그러려나보다 했나 봐요. 아, 잘생겼다는 건 제가 하는 말이 아니에요. 선배님께서 귀가 닳게 말씀하셨잖아요.
"나 같이 멀끔하게 생긴 사람이”
“나 같이 괜찮게 생긴 사람이”
“아유 왕년에 여자들이 껌뻑 죽었지. 내가 멀쩡하게 생겼잖아.”
...... 맞아요 선배님.
선배님 참 멀. 쩡. 하. 게. 는. 생기셨어요.
말도, 정신머리도 멀쩡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어쩐지 기분이 언짢은데
이 언짢음조차 언짢은 그런 기분으로 맥주나 몇 캔 사서 집으로 돌아왔었어요.
오늘은 치킨에 맥주나 마시며 잘생긴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를 좀 봐야겠어요.
저는 선배님께 예쁘게 보일 생각이 없답니다. 그러니 선배님 말씀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게요 ^^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당신이 하는 말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던 나는
치킨 대신 토마토를 먹고 평소 잘하지도 않던 마스크 팩을 붙이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잘 들어가셨냐고 문자라도 남겨야 하나 생각했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눈 딱 감고 술도 한잔 따라드리고 게살도 발라드릴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오늘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않았을까 염려하며 채팅 방도 쭈욱 둘러봤다.
하루가 다 가도록 정작 내 상처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나도 여기가 이렇게 아픈데.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 다니지 않아도 돼.
-메리 올리버 <기러기>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글/그림 : 두시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