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된 친구에게(1)
친구야.
늘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너에게 뭐라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언제부터인가 너랑 얘기를 나눌 때면 가끔은 의사 선생님과 문진 하는 것 같고 가끔은 어르신들과 말씀 나누는 것 같아서 늘 새롭고 신기해.
자다가 벌떡 깼어.
나는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충고라며 내뱉는 너의 말들에 나는 왜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을까? 너의 충언이 부담스럽냐고 물었지? 아니야, 부담스럽지 않았어. 불쾌했어.
십 수년을 쌓아온 너와의 우정을 곱씹고 돌이켜 봤어.
기억나?
혹시라도 어디 가서 꼰대 짓 하면 서로 쌍욕 해주기로 약속했던 거.
내가 너한테 조언을 해달라고 했었나? 내가 너에게 내 미래를 담보할 만한 일거리를 달라고 했던가?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에게 그런 도움을 구한 적이 없었어.
난 그냥 ‘수다’나 떨고 싶었는데.
늘 그랬듯이.
오후 2시.
“일어는 났냐?
뭐하냐?
집 앞으로 와.
밥 사줄게.
나 잠깐 시간이 비어서. “
언제나처럼 너의 집 앞으로 갔어.
프리랜서인 나는 비교적 요즘 한가했으니까 한 시간쯤 걸리는 너의 집 앞으로 가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어. 바쁜 시간 짬을 내 나를 만나는 너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겠지.
아니면 익숙했던 걸까?
우리는 말이 잘 통했고 나는 너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편안했었어. 오랫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친구였으니까.
요즘은 일이 많지 않다. 다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데 나만 한가로운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고.
도태되는 건 아닌가 싶어 위축되곤 한다..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을 때 넌 말했지.
“야! 속 편한 소리 그만해. 쉴 때가 좋은 거야.
나는 일이 많아서 힘들어 죽겠다.
집에서 그렇게 놀고 있는 네가 제일 부러워!”
친구야,
나는 오후 2시까지 누워 잘 수 있을 만큼 푹 쉬고 있지도 못하고 일 없이 멋지게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지도 않아. 무엇보다 네 말을 듣고 같이 웃을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아.
SNS 속 사람들의 삶을 볼 때면 부러워 미칠 것 같기도 하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불안감에 잠식당하기도 해.
나, 속 편하지 않아.
글/그림 : 두시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