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시언니 Nov 12. 2019

"말 놓아도 되지?"는 반말이에요? 존댓말이에요?

존경하는 선배님께(1)

                                  




“말 놓아도 되지?”


라고 말씀하시며 다가오신 선배님과의 첫 만남을 기억합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한참 어른인 선배님께서 뭘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말씀하시나 생각했어요.

근데 잠깐만요 선배님, “말 놓아도 되지?” 는 반말이에요 존댓말이에요? ^^








“자기는 내 차 타!”
알아요 선배님. 마침 집 방향이 같으니까 편하게 가라고 배려해 주신 거. 하지만 그때는 팀 사람들과 지방에서 올라오는 길이었잖아요. 이것저것 감안하면 네다섯 시간 정도 선배님과 단 둘이 한차에 있어야 한다라...


죄송해요 선배님. 저 그만 거짓말하고 말았어요. 
한참을 돌아가도 자리가 많이 좁아도 마음은 그게 편하잖아요.




짐이 가득 실려 있어서 사람 한 명 똑바로 앉기도 힘들었지만 저는요 선배님,
참 행복했답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선배님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어어 뭐야, 집이 여기야?”

(x 됐다......)





어떻게 피한 출 퇴근길인데 여기서 뵙다니요.




우리는 지나치게 가까이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만 떠나려 해요.
직방, 다방, 피터팬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어요. 벌써 새벽 두 시인데. ^^
















 “왜 발끈해?”


실례지만요 선배님. 이건 발끈이 아니랍니다.


꽃게탕이 나왔을 때 가만히 계셨잖아요. 누군가 개인 그릇에 담아 주기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셨죠.

아직 눈도 잘 보이고 팔도 멀쩡하신 분이 왜 그러시었는지 의아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그 정도쯤 못 해 드릴 거 뭐 있나요. 선배님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밥상 앞에서 소소한 정은 베풀고 싶거든요.

그런데 선배님께서는 말씀하셨죠.


“에이 난 이런 거 누가 안 발라주면 못 먹어. 집에서도 와이프가 해주지, 난 손도 안대. 남자들이 그런 거 하면 영 꼴배기 싫더라고.”


그리고는 저를 바라보셨어요. 뭘 기대하셨던 거죠? 잠깐 제 눈빛이 흔들렸을 거예요. 이내 저는 결심했어요.

조용히, 열심히, 야무지게 꽃게 살을 발랐어요. 선배님 몫 까지 다.

그리고 통통한 게살을 몽땅 다 제 입에 넣었답니다.  


이제는 잘 알아들으셨으려나요? 왜 우리가 선배님과 식사하기를 꺼려하는지. ^^













글/그림 : 두시 언니








이전 04화 그럼 정말 안녕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