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가 좋다

모두 지나가리니

by 별똥꽃

어제 먼 곳에서 온 친구들과 과하게 먹고 마신

디저트 칼로리를 없애러 산책을 나선다

지난 일요일처럼 10 마일을 걷겠다고 다짐하며


예쁜 꽃의 자태도 흐르는 물 유연함도

카메라 애써 담으려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오직 산책에만 집중한 채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자전거가 모두 지나간다

나는 <지나간다>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내 몸의 감기와 내 맘의 홍역도 모두 지나가리니


하늘 높이 철새 떼가 지나간다

그때 맞은편 할아버지가 담배 연기 몰고 온다

애써 숨을 참으며 역겨운 공기를 지나간다


모든 것을 지나치며 한참 가다 보니

허리 높이의 울타리 밖에 노란 꽃 예뻐 보인다

만약 저 꽃이 내 길을 막고 있다면 귀찮을 것이다


이윽고 5 마일 지점에 도착해 또 고민한다

이대로 계속 갈 것인가?

왔던 길로 되돌아 갈 것인가?


벤치에서 짧은 휴식을 마치고

키만큼 자란 꽃들이 쭉 늘어선 길을 따라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누군가의 조강지처도 누군가의 애첩도

마치 한 철 꽃처럼 피고 질 것이다

우리 인생 또한 이렇듯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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