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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Nov 08. 2020

가을 나기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밖으로 나가 보았다

도로 옆으로

노오란 은행잎이 쌓여 있었

얼굴보다 더 큰 플라타너스 잎들이

오늘의 역사를 기뻐하듯 춤을 추었

가로수 밑으로 떨어지는 낙옆비를 맞으며

쌓여있는 낙옆 위에 던져진 내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공원은 예쁜 국화로 만든 작품 전시회가 한창이었

가까이 가니 국화 냄새가 진하게 나를 반겼

은빛 강물이 눈부시게 빛나는데

성질 급한 물고기가 물속을 뛰어가는 듯 보였

온갖 새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노는 것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 동안 멍 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에 이곳에서 부르던 노래 생각이 났다

또 한참 동안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홀로 가을 나기를 하고 있다

내 마음도 어느새 노랗게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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