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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un 07. 2022

사무실 옮기기

한 회사에서 근무한 지 만 11년이 되었다. 대략 5년 전 회사 건물을 새로 짓는 바람에 한 번 사무실을 옮긴 이후로 이번에는 같은 건물에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곧 휴가 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지난 주말에 사무실 이사를 했다. 가족들까지 대동해서 장장 9시간 짐을 옮겼다. 전에 쓰던 사무실은 규모가 작아서 회의가 있거나 작업을 할 때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큰 사무실로 옮긴다는 기대감에 휴가 마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사무실을 옮기며 선반, 데스크와 같은 가구를 비롯해서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같은 전자제품까지 다 옮겨야 했다. 지난 11년간 축적한 서류와 책 가지들의 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휴지통에 다 내다 버려도 아쉽지 않을 것들을 죄다 끌어안고 있으니 이렇게 한 두 번 이사할 때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간혹 영화 같은 데서 보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상자에 물건 한 두 개 담고 화분 하나 들고나가던데, 내가 사를 그만두는 날에는 아마도 이삿짐 트럭을 불러야 할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집 옮겼을 때가 생각이 났다. 포장이사를 하는 바람에 인부 여럿이 와서 짐을 옮겨다 주고 이사 간 집에서 풀어 주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번에 사무실을 옮길 때에도 성인 세 명이 하루 종일 일했다. 윤 대통령이 <공간이 생각을 지배한다>고 말했듯이 나 또한 지난 4년간 공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좁은 곳에서는 동선도 작아지고, 짜증스러워지고, 부대끼는 사람들이 싫어진다. 새로 옮겨 가는 나의 사무실/회의실/작업실이 동종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는 공간에 비해 큰 것도 아닌데 지난 4년간 하도 좁은 곳에서 일하다 보니 공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토요일 하루 종일 이삿짐을 옮긴 후 집에 도착하니 발바닥에서 불이 났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잠이 들어 12시간을 숙면한 후에야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No pain, no gain!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땀을 흘려야 한다. 휴가 후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근무하기 위해, 오늘도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 홀로 남아 사무실 정리를 했다. 사무실은 내가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까 집만큼이나 소중한 곳이다.  내일도 칼퇴는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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