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제빵 봉사

빵으로 사랑을 전하세요!

by 별똥꽃

새벽 세시쯤이었다. 모기 한 마리가 웽웽거리는 소리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빵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고 전날 밤부터 들떠 있었기에, 모기 한 마리의 웽웽거림으로 잠은 다 달아나고 말았다. 그 모기는 남편의 피도 탐을 내었던 게 분명하다. 내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 다시 잠을 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남편이 역정을 냈다: "빌어 먹을 모기 새끼!" 그래서 남편한테 왜 욕을 하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남편은 잠결에 다시 말했다: "모기가 너무 많아!" 갑자기 모기가 생긴 이유는 전날 빨래 건조기를 돌린다고 열어 두었던 창문을 닫지 않고 밤새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빵 만들러 갈 생각에 서둘러 잠을 청하면서 창문 점검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빵 만드는 곳까지는 한 시간도 더 걸렸다. 다행히 지하철을 갈아타는 수고는 없었지만, 우리 집에서 역까지 그리고 도착역에서 빵 만드는 곳까지 각각 1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처음 가는 곳이라 이번에도 아이가 구글 지도로 찾아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 노인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는 그곳은 제법 큰 5층 건물이었다. 그곳에서 김치도 나누어 주고 연탄도 나누어 준단다. 그곳을 운영하는 분은 제빵 자격증이 있는 사회복지사다. 맛있는 빵으로 사회복지를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구수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아직 아무도 오직 않았다.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니 대학생들로 보이는 무리가 도착했다. 그중에 한 명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바로 옆에 서서 자꾸 머리를 만지작거려 신경이 쓰였다. (음식을 만지는 일을 하려면 머리를 미리 묶고 왔어야지.) 대학생 무리 외에는 나와 아이,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석한 중년 아주머니와 청년이 있었는데, 둘 다 봉사 확인서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나중에 안 건데, 고용보험 때문에 필요한 거란다.


앞치마를 입고, 팔토시를 하고, 모자를 쓴 후, 손을 씻고 짧은 설명을 들은 후에는 정말 한숨 돌릴 새도 없었다. 제빵 봉사를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빵이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교육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 사람이 빵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분업식으로 그때그때 일이 생기는 대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살짝 정신이 없었다.


제1단계: 재료 계량해서 가루 섞기

1. 제일 먼저 계량을 했다. 계량도 여러 팀으로 나눠서 하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잘 나오지 않았다. 정량의 밀가루와 베이킹 소다 그리고 바닐라 가루를 섞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 섞인 가루들을 채에 곱게 쳐서 내렸다.


제2단계: 반죽 섞기

3. 깨뜨려 놓은 계란을 기계에 넣어서 섞었다. (한 일분 가량)

4. 계란 섞은 것에 채에 내린 가루와 계량된 설탕과 소금을 넣은 후 기계로 돌렸다. (1단에서 3분)

5. 통 옆에 묻은 범벅을 쓸어내린 후 다시 기계로 돌렸다. (2단에서 3분)

6. 통 옆에 묻은 범벅을 쓸어내린 후 다시 기계로 돌렸다. (3단에서 3분)

7. 통 옆에 묻은 범벅을 또 쓸어내리고 우유를 넣은 후 기계로 섞었다. 그리고 다시 데워 놓은 버터를 넣어 기계를 돌렸다.


제3단계: 빵 틀에 반죽 담아 오븐에 굽기

8. 반죽을 작은 봉투에 담아 (큰 국자로 세 번 분량) 빵 틀에 소분했다. 작은 봉투를 잡는 번, 이후 봉투 쥐는 법, 그리고 빵틀에 조금씩 짜는 법 등에 유의해야 했다.

9. 큰 트레이에 소분한 반죽이 꽉 차면 오븐에 넣어 굽는다. (오븐 작업은 직접 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얼핏 보아 200도에서 30분 구었던 것 같다. 이때 트레이 여러 개를 동시에 오븐에 넣도록 한다. (대형 오븐은 3칸으로 나눠져 있었다.)

10. 10분에 한 번 정도 오븐 속 빵의 방향을 돌리라고 하는 걸 살짝 들었다.

11. 오븐에서 빵이 다 구워지면 꺼내는데 이때 빵 속의 공기를 빼기 위해 오븐에서 꺼낸 트레이를 바닥에 <탁> 소리가 나게 떨어 뜨린다. 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랬다.


제4단계: 빵 틀에서 빵을 빼서 식히기

12. 면장갑을 한 손에 두장씩 끼고, 빵틀에서 빵을 뺀다. 빵이 잘 식도록 크레이에 열 개 이상 놓지 않는다.

13. 대략 30분 정도 지나 빵이 식으면 포장을 한다. (설거지를 돕느라 이 과정도 참여하지 못했지만, 비닐봉지에 빵을 담는 단순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빵이 대략 200개 정도였던 것 같다. 설거지와 바닥 청소가 다 끝나고 만든 빵 하나씩을 받아서 집에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엄청 멀었다. 몇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일하느라 녹초가 된 아이는 빵 만드는 봉사 활동을 다음에 다시 안 하고 싶단다. 방학 내내 일주일에 한 번씩 오기로 했는데 며칠 쉬다 보면 오늘 힘들었던 것이 잊히길 바란다. 아침나절 힘을 다 빼고 나니 집에 온 이후로는 다른 일 할 기운이 나지 않았다. 비록 일은 힘들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