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나에게 맞는 봉사활동 고르기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by 별똥꽃

나는 직진녀다.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고, 물불을 안 가리고 무조건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좋게 보면 열정적인 것이고, 나쁘게 보면 무식하다. 가방 줄이 짧아서 무식한 게 아니라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렇다. 지난주 자원봉사 활동을 재개한 후에 봉사활동을 여러 가지 알아보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등록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봉사활동을 가 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은 예전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도 느꼈던 점들인데 몇 년의 공백 기간 동안 잊어버렸거나 다시 시작하면서 부푼 기대감에 그 점들을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여름방학 동안 인턴 기회가 찾아왔다. 방학한 지 이주가 다 돼 가도록 연락이 오지 않아 포기하려고 하던 중에 그곳에서 통보가 온 것이다. 여름 인턴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종합예술관에서 하루 종일 하기로 했던 봉사활동을 취소해야 했다. 다행히 오리엔테이션 통보를 받은 즉시 봉사활동을 취소할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아이가 일할 부서가 정해져서 당일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하려고 했던 제빵봉사 역시 취소를 해야 했다. 나는 아이가 여름에 인턴을 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플랜 B를 세운 것이 화근이 되었다. 제빵봉사는 아이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름 방학 내내 하려고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되었다고 담당 사회복지사님께 연락을 드렸지만 너무 미안했다. 지난번 복지사님이 하셨던 말씀이 자꾸 맘에 걸렸다. 그곳은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후원자분들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자원 봉사자들이 오셔서 빵 만드는 것을 도와주시지만 그래도 재료비는 후원금에 의존해야 한다고. 그래서 그때 사진으로 찍어 온 홍보물에 있는 은행 계좌에 소액의 후원금을 보냈다. 오래전부터 매월 후원하는 단체가 있어서 또 다른 단체에 정기 후원을 하기에는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빵 만드는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재료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었지만 사실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표현이었다.


아이가 처음으로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것이라 (그것도 돈까지 받으며) 신경이 많이 쓰인다. 다행히 집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왔다가 다시 일하러 간다. 날씨가 더 더워지거나 비가 오거나 하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고 해도 아이를 차로 태워 줘야 할지도 모른다. 일은 아이가 하는데, 나는 왜 덩달아 바빠진 건지 모르겠다. 봉사활동을 하든 무보수 인턴을 하든 유보수 인턴을 하든 일을 한 경험은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정과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서 좀 더 넓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완수하는 훈련을 받는 과정이니 말이다.


아이는 나에게 여름 인턴을 하게 될 거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나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봉사 활동을 여기저기 신청했고 결국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곳은 모두 취소해야 했다. 주말에도 하나 이상 잡혀 있는 곳은 줄여야 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때 주중에 일을 하면 주말에는 당연히 쉬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방학 동안 봉사 활동을 전혀 안 할 수 없으니 주말에 하나 정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그간 짧은 경험으로 알게 된 봉사활동 선택 시 유의점은 다음과 같다:

1. 봉사활동의 종류는 다양하다.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라.

2. 봉사활동에서 모르는 사람을 사귀기는 힘들다. 일 시작하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 (무의미하고 지루한 시간)이 길 수 있으니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면 더 좋다.

3. 봉사활동은 케바케다. 기관, 종류, 계절, 날씨, 담당자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수 있으니 같은 기관이나 같은 일에 여러 날 봉사지원을 하지 말 것. 일단 한 번 다녀온 후에 다시 가도 무난한 곳에 차후 지원할 것.

4. 자원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것. 그곳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사 시간이 필요한 취준생 또는 학생이다.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면 어떤 특정한 단체를 통해 그곳 사람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봉사활동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속 가능한 봉사활동을 위해 나는 봉사활동을 많이 해야겠다는 욕심을 비우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선택적으로 하려고 한다. 즉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고,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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