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물보다진하다더니딸이고집을피울때나수학이싫다고투정을부릴때는영락없는내 아이다.나도학창시절수학이 너무 싫었다. 수학 시간은 너무 괴로웠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였고, 인문계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수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졸업후약사가되겠다고다시공부를시작했을때 미적분을들어야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 미적분 또한 괴로운시간이었다.평소에숙제를도와달라고잘하지않는아이가오늘은숙제를도와달라고했다.삼각형의각도를구하는일차방정식에관한 중학교 과정 수학이었다. 수학은 하도 오랜만에 하는 거라처음에삼각형이름이며각도의종류같은것에서헤매다가, 평소에는휴대폰을끼고살면서정작꼭필요할때는 리서치를 하는 대신 그냥모른다고앉아만있는아이에게잔소리를 늘어놓고 수학 숙제를봐주었다. 숙제가 다 끝나고 나니 수학 퀴즈 오답 수정을 해야 한다며또 다른 숙제를 꺼냈다. 문장으로 된 문제를이해하기 위해읽고또읽으니아이는 이미 수학숙제를세 시간째했다면서그냥"숙제통과"카드를쓰고이제더이상수학 공부를하지않겠다며자리에서일어나버린다.그리고샤워를하러가버렸다.
아이가 샤워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먹고아홉시가다되어가는데갑자기오바마미국전 대통령의일화가떠올랐다.연설을잘하기로유명한오바마대통령이해외에서 그 나라 초등학교를다닐때아들에게영어를가르치기위해오바마대통령의모친이 매일 새벽에아이를깨워학교가기전몇시간동안 직접 영어를 가르치셨다는 부분이다.수학을싫어한다고숙제를하다 말고포기하게놔둔자신이부끄러웠다.며칠전아이가커서배우가되고싶지만만약에배우가못된다면약사가되고싶다고했었다.약학 공부를하려면과학공부를많이해야되고수학은화학이나물리의기본이되므로아이가꼭배워야할과목이다.그래서아이에게오바마대통령어머니가얼마나열심히아들을가르쳤는지그리고 혹시라도 나 때문에 아이가나중에 대통령이못될까 봐수학을꼭가르쳐야겠다고했더니아이는절대로대통령이되지는않을거란다. 그러면 영부인이라도 되라고 하니, 영부인도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싫단다.
숙제가모두끝난후에도아이는불만섞인표정으로투벅투벅 방으로 걸어가 숙제를 가방 안에 넣었다.언젠가 아이가자라서부모가되면나 또한수학숙제돕는게쉽지는않다는걸,더군다나늦은시간까지숙제돕고싶지않다는것을알게될날이오겠지.그때까지는그래도내가아이숙제를도울수있다는것에감사해야겠다. 나도 학창 시절 수학이 정말 재미없고 싫었는데, 하필 그런 것까지 나를 닮았나 모를 일이다.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처럼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이 수학을 가르치면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거부감 갖지 않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전에 대학 졸업 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 되도록이면 수학 과목을 덜 듣기 위해 수학 배치 고사를 본 적이 있다. 배치 고사를 보기 전에 사실 수학 문제집을 한 권 풀고 갔었다. 덕분에 미적분 수업을 바로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깨달았던 것은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과 비교해 볼 때 내가 수학을 그리 못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수학을 정말 싫어하고 못 했던 내가 미국에서 수학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미적분 수업은 그리 잘하지 못했지만 다른 시험을 보면 수학 점수가 높게 나왔었다.) 나는 왜 학창 시절 수학에 흥미를 못 느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수학이 그리 재미없지 않다는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한다. 사람들이 수학 때문에 고통받지 않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