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260220)
큰일이 났다. 잠을 자다 문득 깨버린 뒤 다시 잠에 들기 어려워질 정도의 큰일이다. 뭐냐 하면 ‘페이백 마라톤’에 어제자 러닝 기록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페이백 마라톤’은 5만원을 결제해둔 뒤 한 달 동안 3km 이상씩 17일 이상 뛰고 기록을 올리면 5만원을 돌려주는(페이백해주는) 사이트다. 작년 7월에 알게 된 후로 무려 6번이나 페이백을 받는 데 성공했으며 이번이 7번째 도전이다.
한 달 중 17일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나처럼 평일에만 뛴다고 가정할 경우 며칠 더 쉬어버리면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정도다. 특히 설 연휴가 긴 이번 2월은 더더욱 위험한데, 예상대로 연휴 5일을 내리 쉬고 맞이한 평일에 겨우 뛰고와놓고 기록 업로드를 깜빡하다니. (평소에는 한강공원을 뛰고 돌아오는 길에 기록을 업로드하는데, 어제는 도서관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뛰느라 깜빡해버렸다. 루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 루틴에 엮인 다른 루틴까지 잊게 된다는 게 신기하다.)
앞으로 내게 남은 일수는 13일, 뛰어야 할 횟수는 11회. 주말까지 모두 뛰어야 한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거면서 왜 굳이 돈을 거느냐 하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거의 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차피 뛰려고 마음먹은 거 하루 더 뛰게 되는 게 좋은 거 아니냐 하면 이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큰일이다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겨우 잠에 들려고 하니, 어제 저녁 차전자피를 먹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차전자피는 화장실에서 큰일을 가볍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섬유 성분으로, 내게는 꼭, 꼭 필요하다. 그러니 이것도 큰일이다. 아주 큰일이다. 큰일이 두 개나 있으니 거의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그런데 고작 이런 일들이 큰일인 걸 보니 인생이 무난히 잘 굴러가고 있는가보다. 그러면 이건 큰 일이다. 사사로운 큰일들만 있는 게 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