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일
(260227)
도서관에 간다. 빌렸던 책들을 반납처리한다. 반납할 책을 올려두는 선반에 ‘나의’ 책들을 올려두고, ‘남의’ 책들을 구경한다. 책 제목에 흥미가 생기면 책 뒷면의 글을 읽고, 흥미가 가시지 않았으면 그대로 품에 안아들고 다른 책들을 만나러 간다.
타인의 대여 기록을 일종의 큐레이션처럼 활용하는 셈이다. 남이 ‘빌렸던’ 책이 내가 ‘읽기에’ 꼭 재밌다는 근거가 되어주진 못하지만.
집에서 도보 20분쯤 걸리는 도서관은 보통 퇴근 후, 오후 8시가 넘어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시간에는 사람들이 방문을 덜 해서인지, 유독 사서님들이 부지런하신 건지 반납 선반에 책이 거의 없다. 그러면 괜히 아쉽기까지 하다.
어제는 도보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집 근처 도서관에 갔다. 책을 반납하며 반납 선반을 열심히 훑어보는데, 마침 내가 2주 전부터 빌리려고 눈독들이던 책이 놓여 있었다. 반납 예정일이 3월 3일이었는데 조금 빨리 반납해주셨나보다. 아직 전 대여자의 온기가 따뜻하게 남아있는 듯한 책을 겨울철 군고구마봉투마냥 잽싸게 끌어안고 도서관의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누군가 내가 막 반납한 책에 흥미를 느껴 빌려가는 일도 있겠지. 그도 내 책을 군고구마봉투처럼 안고 갈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의 온기를 품에 안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니.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