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6. 일주일에 다섯 번

by 이일리


[weekly illy] 25.06.09-25.06.15



지난주에는 월화수목금 주 5일, 5km 존2 슬로우러닝에 성공했다. 슬로우러닝의 장점은 일단 이틀 정도만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뛰는 내내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하지 않을 핑계가 없다는 것이다. 산책을 다녀올 체력과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게 있다면 심박이 존3로 올라가지 않게 유지하는 것 정도랄까.


점심 샌드위치도 월화수목금 다섯 번 모두 싸갔다. 오이 샌드위치를 두 번,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두 번 만들었고 또띠야랩도 한 번 만들었다. 미리 준비해둔 재료들을 차근차근 얹고 잘 눌러 싸기만 하는 데도 제법 어려웠다. 그래도 모든 샌드위치가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다.


다만 삶은계란 몇 알과 두유 정도면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먹고 산책을 나가기 간편한데, 샌드위치는 지하 휴게실로 내려가 이삼십 분에 걸쳐 먹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산책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져 다시 예전처럼 계란이나 먹을까 싶은 순간도 종종 있긴 했다.


그러나 요리와는 거리가 먼 내가, 주에 몇 번씩 채소와 단백질원을 고민하고 재료를 주문하고 이 재료들을 신선한 상태로 소비하기 위해 아침마다 조물조물 뭔가를 만들어 챙겨 나간다는 게 나에게는 제법 새로운 시도여서, 그리고 덕분에 적어도 점심 한 끼는 제법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일단은 조금 더 지속해보기로 했다. (만약 남편도 점심을 싸가게 된다면 샌드위치를 비롯한 다양한 도시락을 기꺼이 시도해볼 텐데!)


매일 아침 서로 다른 모양새로 푸르른 풀과, 나무와, 하늘과, 물결을 눈에 담으며 5km를 느리게 뛰고, 적당히 흥이 나는 음악을 틀어두고 빵과 채소와 단백질원을 차곡차곡 쌓고 올리브오일을 실수인 척 잔뜩 뿌리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 느낄 수 있는 날들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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