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lly] 25.10.27-25.11.02
평일 점심으로 거의 매일 먹던 양배추 계란 볶음을 다른 메뉴로 대체하기로 했다. (먹기도, 요리하기도, 보관하기도 편한데 저렴하기까지 한 양배추에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가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양배추 계란 볶음처럼 조리가 간편하고, 영양소가 잘 갖춰져 있고, 맛있는데 저렴하기까지 한 메뉴를 고민해본 결과 다음 메뉴는 시금치 프리타타로 선정되었고, 시금치 1kg짜리 한 박스가 떡하니 집에 도착했다.
삼천 원 내외인 양배추 한 통을 다 먹는 데에는 최소 일주일 이상, 보통은 보름 이상까지도 걸린다. 양배추에 들어가는 돈이 한 끼에 몇 백 원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시금치는 양배추와 같은 양을 먹는다 가정할 때 한 끼에 최소 천 원이 더 들었다. 게다가 소세지와 방울토마토까지 추가되니 단가는 더 올라간다. 재료를 손질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조리하는 시간도(한번 조리해서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할 생각이지만), 조리하는 방법도 양배추 계란 볶음에 비해 어렵고 복잡하다.
이렇게 써두고 보니 대체 왜 시금치 프리타타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 내게 양배추 계란 볶음처럼 먹기도, 요리하기도, 보관하기도 편한데 저렴하기까지 하고 가스도 별로 유발하지 않는 메뉴가 있다면 좀 추천해주기를.
아무튼 시금치 프리타타는 맛있었다. 비록 좀 싱겁긴 했지만 트러플 솔트를 살짝 뿌려 먹으니 딱 좋았다. 그리고 완성된 모습이 예뻤다. 올리브오일을 살짝 뿌려주니 더 예뻤다. 비록 시금치를 욱여 넣어 단면은 아주 푸릇푸릇했지만, 일단 위에서 보는 모습은 무척 예뻤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본 친구가 그림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토요일에는 시금치 프리타타를 만들어 맛봤고 일요일에는,
지난 주말에 이어 클린한 주말을 보내볼까 하다가 오랜만에 마라엽떡처럼 금단의 음식을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땡김'이 아니라 '관념적 땡김'이었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다가 요즘 먹고 싶던 대창 생각이 나서 곱도리탕 1인분을 시켰다.
반 년 전 한창 곱도리탕에 빠져 있을 때(보름 동안 비슷한 메뉴를 열 번 가까이 먹었고 하루에 두 번 먹은 날도 있다) 내 입맛에 쏙 맞는 음식점을 찾았기에 맛은 보장되어 있었고 꼭꼭 씹어 맛있게 먹었다. 적당한 맵기에 적당한 양이었다.
그런데 밥을 먹은 뒤 세네 시간쯤 뒤부터 묘하게 배가 빵빵하고 더부룩하더니, 더우면서 추운 것 같은, 말하자면 오한 같은 것이 들기 시작했다. 이불을 폭 덮고 있자니 식은땀이 났고, 이불을 좀 제껴두자니 몸이 으슬으슬했다. 후식으로(식사 후 두 시간쯤 뒤에) 먹은 방울토마토가 과했나, 같은 생각을 하다 몽롱한 정신으로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를 왔다갔다 하다보니 그제야 깨달았다. 몸이 소화를 못 시키고 있구나 하고.
인터넷에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그간 치킨이나 감자튀김 같이 기름기가 있는 음식은 종종 먹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동물성 기름이 줄줄 흐르는 음식은 오랜만이라 위장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그런 상태.
결국 일요일 늦은 밤, 영 좋지 못한 몸 상태로 침대를 뒹굴다 소화제까지 하나 먹었고 월요일 아침에도 그리 개운하게 일어나지는 못했다는 슬픈 엔딩. (하지만 한편으론 몸이 제법 클린해졌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아무튼 앞으로도 웬만하면 몸이 받아줄 수 있는 음식을 먹자고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이어트고 뭐고를 떠나 나의 소화 기관을 위하여.
사진은 나의 그림같은 시금치 프리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