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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16. 2023

시절을 소환하는 목소리

돌로레스 오리어던 1971.9.6 – 2018.1.15

  같은 시기에 청춘을 보낸 뮤지션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만큼 씁쓸한 일은 없다. 그들의 푸르렀던 시절이 곧 나의 봄날이었다.


Photograph by Tim Roney / Getty


  90년대 중반, 거리 곳곳마다 돌로레스 오리디어던(Dolores O'Riordan)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는 그 시절의 공기를 채우는 배경음악이었다. 그들의 등장은 신선했고 무엇보다 보컬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비음 섞인 바로 그 목소리는 곧바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가수가 몇이나 있었을까.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인디 신의 많은 가수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레퍼런스로 삼았다. 중국의 왕페이(王菲)는 <Dreams>를 <몽중인>으로 번안해 불렀고, 이 곡이 영화 ‘중경삼림’에 사운드트랙으로 실리며 일약 아시아의 스타로 떠올랐다. 솔직히 나는 광동어로 부른 왕페이의 버전이 더 좋다.


  크랜베리스 멤버들은 모두 아일랜드인이다. 그들의 노래는 여러 가사에서 드러나듯 자국의 불안한 현실과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들을 담고 있다. 몇몇 히트곡들을 제외하고 앨범마다 어두운 정서가 흐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Zombie>를 비롯해 사운드 또한 무겁고 음울했다. 물론 당시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Twenty One>은 그녀가 스물 한 살을 맞아 느꼈던 상실감을 노래한 곡이다. 담담한 어조로 숫자를 반복하는 후렴구가 매력적이다. 그녀의 청춘은 어땠을까. 내 경우를 돌아봐도 신나고 즐거웠던 시간보다는 그 반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청춘은 뒤돌아볼 때에만 청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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