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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20. 2023

뜨거운 삼바, 서늘한 현실

엘자 소아레스 1930.6.23 - 2022.1.20

  소아레스(Elza Soares)의 피는 남들보다 조금 더 뜨거웠던 것 같다. 어느 시점부터 그녀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음악 또한 진보적으로 변화했다. 2015년 앨범 <A Mulher do Fim do Mundo>는 삼바, 재즈, 펑크, 록 음악이 어우러진 앨범이다. 80세를 앞둔 노대가의 작품인 것이 더욱 경이롭다. 나는 이 레코드를 계기로 그녀의 음악에 처음 입문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은 얼마 후 브라질 드라마 ‘3%’에도 실린다. 드라마는 극단적인 형태로 양분된 두 세계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A Mulher Do Fim Do Mundo(세상의 끝에 놓인 여성)>이라는 곡 제목은 드라마 내용을 떠올릴 때 더욱 의미심장하다. 앨범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그녀는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도 등장했다. 무대에 올라 <Canto de Ossanha>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브라질 국민들은 가슴이 뭉클했을 것이다. 비록 육신은 노쇠했으나 노래에 담은 감정과 열의는 전성기 시절 못지않았다.


  

소아레스는 60년대부터 삼바를 대표하는 가수로 활약하며 경력 내내 브라질 민중의 편에서 노래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한동안 군부 독재의 박해를 받아 해외로 피신을 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삼바 리듬에 올라탄 그녀의 허스키 보이스는 뜨거운 열정 속에서도 서늘한 감성이 느껴지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그녀는 브라질 축구영웅 가린샤와 결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은 모두 리우의 빈민가 출신으로 세계인의 가슴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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