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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쳐보면 알 수 있다. 그곳의 쓰임새를.

사람이 가장 강해질 때는?

by 레잇 블루머



살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몸이든 마음이든, 상처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


새끼손가락을 베어 보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끼손가락의 쓰임새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게 된다.

무릎을 다쳐보면,

계단을 오르고 있는 누군가가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마음이 온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보통 우리는 아플 때, '약해졌다'라고 생각한다.

몸이 아프면 정신이 무너진 것 같고,

마음이 아프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혹시 사람이 가장 강한 순간이 언제인지 아는가?

바로 아픔이 나은 직후다.



어느 이른 여름,

때아닌 목감기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가족 여행을 앞두고 있었기에 빨리 나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그 결과, 평소 목이 아프면 한 달 이상 고생하는 내가,

2주도 채 안되어 목이 나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여행지에서의 첫날밤,

나는 아내와 맥주를 한잔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 옛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평소에는 소화하지 못해 가성 처리하던 부분의 고음이 아주 깔끔하게 불러지는 것이 아닌가?


몇 곡의 추가적인 선곡을 통해 그날의 나는 고음이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었단 걸 알게 되었다.


내 목은 더 강해져 있었다.


빨리 나으려고 노력하면 더 빨리 나을 수 있다.

그리고 아픔이 나은 직후, 그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날 나는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픔은 우리를 단순히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다시 한번 보게 만든다.


손을 베어 보면, 손이 얼마나 예민한 곳인지 알게 되고,

무릎을 다쳐보면,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사람에게 상처받아보면, 나에게 어떤 관계가 소중한지 선명해진다.


그때서야 우리는 알게 된다.

내가 다친 곳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곳이었는지를.


아픔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 가르쳐 주는 신호다.

그래서 어떤 상처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가 된다.

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고통을 통과한 후의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근육은 ‘찢어지고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더 강해진다.

헬스장에서 바벨을 들어 올릴 때,

달리기를 하다가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몸은 분명히 지쳐가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이전보다 단단해진다.


살면서도 그렇다.

큰 실패를 겪었을 때,

배신을 당했을 때,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


하지만 그 아픔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이전보다 더 큰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면 깨닫게 된다.


"그때 아팠기 때문에, 나는 더 강해졌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단단해진 내가 남는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은 무엇인가?

그 아픔이 지난 후,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우리는 아픔을 견디고, 결국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니, 아픔이 주는 신호를 믿길 바란다.


"지금 당신이 아프다면, 당신은 더 강해지고 있는 중이다."




P.S.

모든 아픔이 반드시 성장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은 단지 저의 경험을 담은 작은 이야기일 뿐,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는 아닙니다.

그저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께 제 생각을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뎌내고 계신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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