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빚더미로 나를 밀어 넣었다

대출, 카드빚, 마통, 회복 불가능한 조급함의 증거들

by 레잇 블루머



돈이 없으면 사람이 불안해진다.

특히, 퇴사 후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돈이 없다’는 건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는 공포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 불안을 ‘해소’하려고 들지 않고, ‘무마’하려 한다.

가장 빠르고, 가장 쉬운 무마 방법이 있다.


바로 빚이다.

대출, 신용카드, 마이너스 통장.


나 역시 그랬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받을 수 있는 건 전부 받아놨다.

신용카드 10장 이상,

마이너스 통장까지 합쳐 약 1억 원.


왜?

퇴사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대출한도도 줄어들 테니까.

‘지금이 기회다, 미리 받아놔야 한다’

그게 내 판단이었다.


처음엔 괜찮았다.

사업이 막 시작됐고, 조금씩 매출도 나왔다.

하지만 그건 착시였다.

문제는 ‘정체’가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결과가 생각처럼 따라오지 않자, 나는 조급해졌고,

그 조급함을 해결하기 위해 ‘돈으로 밀어붙이는 선택’을 했다.


고가 강의, 컨설팅, 마케팅 대행, 광고비 집행,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빠져나갔고,

그 대부분은 전부, 빚이었다.


물론 그때는 ‘불가피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는 질러야 반응이 오겠지’

‘지금 타이밍 놓치면 안 돼’

‘빨리 성장해서 털고 나가야지’


하지만 그건 리스크 계산 없는 도박이었다.

내가 이룬 것도, 분석한 것도, 구조화된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돈으로, 감으로, 간절함으로 밀어붙였을 뿐이다.


그리고 자금이 바닥나자, 다시 대출.

생활비가 감당이 되지 않자, 또다시 대출.

점점 금리는 올라갔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자를 갚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썼다.

그러다 마침내, 어디서도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었을 때,

진짜 지옥이 시작됐다.


그때야 알게 됐다.

빚으로 시작한 사업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

그건 내 사업이 ‘성장’을 향해 달리는 게 아니라,

‘상환’을 향한 레이스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매출 목표가 아니라 이자 납부일이 내 삶의 중심이 되기 시작한다.

물을 아무리 부어도, 밑이 뚫린 독은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구멍을 막지도 않은 채 계속 붓고만 있었다.


사실 빚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이자’ 때문이 아니다.

빚은 사람의 심리를 바꿔버린다.




1) 판단이 흐려진다.


장기적 관점이 사라진다.

'지금 당장 이걸 해서 얼마를 벌 수 있지?’

생각은 계속 좁아지고, 수익에 목숨 걸기 시작한다.



2) 실패가 인생 리스크로 확대된다.


실패를 경험으로 넘길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빚이 얽혀 있다면?

그 실패는 법적 문제, 가정 파탄, 파산 위험으로 곧장 연결된다.



3) 한 번 무너진 통제력은 계속 허물어진다.


마이너스 500만 원일 때는 조심하지만,

2천만 원이 넘으면 오히려 무뎌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벌어서 메꾸자.’

그리고 더 빠르게 무너진다.




나는 그렇게 무너졌다.

카드 연체, 고금리 대출, 마통, 파산 직전.

많은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불러주는 곳이 하나 없어,

현재는 동네 마트와 쿠팡 이츠 등의 프리랜서 배달 일을 하며

간신히 생존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완전히 바닥을 찍은 후에야 알게 됐다.

‘돈 없이 성공할 수 있어야, 돈으로도 망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정확한 회계 감각, 치밀한 전략,

냉철한 자제력이 있다면 빚도 자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쉽게 써버리게 된다.

나도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이성을 이기고,

그 돈은 투자도 자본도 아닌,

그저 합리화된 낭비가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상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왜 빚을 안 낼까?

왜 남의 돈으로 사업하지 않을까?

왜 대부분 무자본으로 시작해서,

더디게라도 차근차근 쌓아가는 걸까?


왜냐하면 그들은 안다.

빚은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

미래를 저당 잡히는 행위라는 것을.


돌아보니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성공한 1인 사업가 중

‘돈으로 밀어붙여서’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부 기회가 될 때까지 기다렸고, 시간을 갈아 넣었고, 실패를 버텼다.


성공까지 최소 1년, 길게는 3년.

그들은 돈 대신 시간을 밀어 넣었고,

조급해 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빚으로 모든 걸 잃었다.

그리고 너무나 값비싼 깨달음을 얻었다.


진짜 자립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내 통제 안에서 시스템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외부 자금 없이도 버틸 수 있어야,

자금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다스릴 수 있는 그릇이 된다.


내 시간을, 내 노력을, 내 책임으로 쌓아올린 시스템만이 내 것이고,

그것만이 진짜 내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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