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붕괴, 자기관리의 부재. 천천히 썩어간 삶
직장에는 시스템이 있다.
출근 시간이 있고, 마감이 있다.
보는 눈이 있고, 보고할 상사가 있다.
그 모든 것이 나를 붙잡아주고,
최소한의 루틴을 만들어 준다.
나는 20년 동안 그런 구조 속에서 살았다.
이제야 돌아보니 그때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 시스템이 날 굴려준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퇴사 후,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왔다.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다.
마감도 없고, 상사도 없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하루’는,
너무도 조용히, 너무도 은밀하게 나를 망가뜨렸다.
처음에는 자유가 달콤하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카페에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곧 이상한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할 일은 있는데, 손이 가지 않는다.
해야 할 건 많은데, 하루가 너무 짧다.
밤이 되면 무너지고, 아침이 오면 또 후회한다.
특히 사업 초반, 일이 없거나 적을 때는,
‘기준’이 사라지기 쉽다.
'오늘은 머리도 아프고, 이 정도면 됐지.'
'기분이 별로니까, 하루 정도는 쉬자.'
'약속이 생겼으니까, 오늘은 패스.'
그 하루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
문제는, 그 하루가 내일도 반복된다는 것.
점점 기준은 낮아지고,
‘일’은 줄어들고,
‘핑계’는 늘어난다.
'상품 3개 등록했으면 된 거 아냐?'
'포스팅 하나 했으니까 만족.'
'오늘은 비가 와서, 영 집중이 안 돼.'
그러는 사이 한 달이 휙 지나간다.
정신 차리고 보면, 남은 건 빈 블로그,
반짝했던 조회수, 텅 빈 쇼핑몰,
그리고 계속 미뤄진 실행뿐.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었다.
나는 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상태였던 거다.
'이번 주부터는 진짜 루틴 지킬 거야.'
'내일부터는 꼭 제대로 해볼게.'
'이제는 진짜 시작이야.'
이 말,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했는가?
그 다짐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면 뇌는 학습한다.
‘이 사람은 약속을 안 지킨다.’
그리고 무의식은 확신한다.
'이 사람은 결국 또 실패할 사람이다.'
자기 신뢰의 붕괴.
이게 진짜 무서운 거다.
계획을 세워도 지키지 않고,
시작해도 얼마 못 가 포기하고,
매번 의지로 버티려 하다가 결국 무너진다.
그리고 무너진 자리는 변명으로 채워진다.
'요즘은 피곤해서.'
'마침 시장 흐름도 별로잖아.'
'내가 조급했던 거지.'
그럴싸한 말들이 많아질수록,
실제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매일 무너졌다.
그리고 그걸 그냥 방치했다.
그게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루틴이 무너지면, 삶은 썩는다.
당장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면은 천천히, 조용히, 균열이 생긴다.
무기력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하루가 반복되면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정의한다.
진짜 자유란,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것을 스스로 지켜내는 것’이다.
사업은 감정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사업은 ‘기분’이 아니라 ‘기준’으로 운영된다.
피곤해도, 하기 싫어도, 슬퍼도, 답답해도,
정해진 루틴대로 하루를 굴릴 수 있어야
그게 진짜 사업가다.
진짜 무서운 건 실수가 아니다.
실패도 아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매일 어기면서 무뎌지는 감각이다.
그게 쌓이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은 모든 실행을 멈추게 만든다.
끝내, 사람이 무너진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를 무너뜨렸고,
그 무너진 하루들이 쌓여 내 삶 전체가
붕괴되는 것을 지켜봤다.
나는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무너졌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채. 스스로도 부정하며.
그러다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정말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답은 바로 나왔다.
아니었다.
고통은, 못해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았을 때 찾아왔다.
나는 할 수 있었고,
그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깊은 고통이 되었다.
그걸 깨닫는 데 2년이 걸렸다.
수없이 갈아탄 플랫폼과,
끊임없는 루틴 붕괴 속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블로그, 글쓰기, 상품 등록,
매일 하기로 했던 가장 기본적인 작업들.
그 모든 게 무너진 지금, 나는 돌아왔다.
처음의 자리로.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세상이 말하는 파랑새는 집 앞마당에 있는 게 아니었고,
세상이 감춰둔 무언가도 아니었다.
파랑새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루틴을 다시 시작했다.
이른 아침, 배송일을 시작하고,
늦은 밤,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큰 반응이 없는 피드를 만든다.
하지만 안다.
이게 나를 되찾는 일이라는 걸.
루틴은 기술이 아니다.
생존이고, 정체성이며,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든 간에
돈보다 먼저, 아이템보다 먼저,
‘당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목숨 걸고 지킬 루틴 하나.
그게 없다면, 그 어떤 사업도 결국 흐트러진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자유?
그건 감옥보다 위험하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가장 빠른 길이 되기 쉽다.
진짜 사업가가 되려면,
먼저 자기 일의 시간표부터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이 틀어지는 건 괜찮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틀어진 일정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느냐는 거다.
그게 곧,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