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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6원이 알려 준 성공의 의미

by 레잇 블루머



쿠팡 이츠는 배달 후 반드시 인증 사진을 찍어 전송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찍은 첫 사진이다.

음식이 아니라 벽만 보인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배달을 완료했다는 증거조차 남기지 못했다.


하필 첫 배달이 대단지 아파트.

경차로 이동하는 나에게 아파트는 어려운 곳이었다.

출입구 차단 바에 가로막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경비원 분께 신상 정보가 털리고 나서야 겨우 들어선 아파트.

317동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아파트에 살아 본 적 없는 나에게 이것은 심각한 문제 상황이었다.






어찌어찌해서 첫 배달을 마치고 번 돈.

4,366원.

20분 소요.

돈을 벌어본 게 언제였던가.

회사원으로서의 월급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내 20분의 가치는 4,366원.

한 시간이면 만 원 남짓을 벌 수 있겠구나.


오늘로 퇴사 한 지 602일째.

주말을 제외하면 약 400일.

하루 8시간씩 배달을 했다면,

3,200만 원.

주말까지 일을 했다면,

4,800만 원.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과거의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한숨만 쉬다가, 고개를 돌려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몰랐다.

하루에 8시간씩 본업을 하고도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실제로 그런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내 연봉은 8천이었는데...

지금은 만 원을 벌기 위해 길을 헤매고 있다.


내가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사업의 시작 점이 ‘남 탓’이었기 때문이다.

내 위의 팀장을 탓하고,

회사를 탓하고,

가족을 탓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업의 매 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큰돈을 받아 챙긴 컨설턴트 때문이고,

티메프 사태 때문이고,

배신한 사람 때문이고,

실패를 반복하는 나 자신 때문이었다.


나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한 내 잘못도 아니었다.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저 매 순간이 내 선택의 결과였으며,

결과가 잘 나왔건 잘못 나왔건,

그저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취해야 할 태도였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또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넘어진 것을, 실수했던 것을, 잘못으로 여겨 스스로를 질책하고,

다른 사람을 원망했던 것이 내 최대의 실책이었다.


그러니까 아파트를 헤맨 것은,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길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넘어지면 우선 일어나서 다시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 프로의 자세다.

그런 후, 실수를 받아들이고 다음번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였다.

실수를 포함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머리를 쥐어짜며 나 자신을 욕하는 일은, 그 후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 알 것 같다.

내일 또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실수를 통해 성장하라는 것.

소중한 삶을 그런 태도로 대하지 말라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삶이 나에게 가르쳐 주려고 했던 것이었음을.

이것을 마침내 내가 깨달을 때까지,

삶은 나에게 실패를 준 것이 아니라, 기회를 준 것이었다.

삶은 정말 신비롭고, 때로는 놀라운 방식으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진짜 성공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진정한 성공은 부를 이루는 것, 그 자체가 아니었다.

진정한 성공이란,

‘미래에 될 수 있었던 나 자신’과 만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성장하며 매일 새로워진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 ‘과정’ 자체가 ‘성공’인 것이었다.


그걸 배우는데

연봉 8천과,

600일이라는 시간과,

2억이라는 빚이 들었다.


지금 누군가 넘어져 있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과거는 지나갔고, 오늘의 선택과 내일의 행동이 진짜 당신을 정의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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