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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퇴사 후에 완전히 무너졌는가

엔트로피 증가 법칙에 관하여

by 레잇 블루머

나는 40대 중반의 평범한 가장이’었’다.

2024년 6월,

20년의 직장 생활 중 12년을 근속한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 당시, 실수령 월급은 약 500만 원.
복리후생과 각종 지원금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600만 원 가까운 안정된 수입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던 팀의 주역, 차기 팀장 후보였다.
가만히 지금처럼만 살면 가족을 부양하며,

주말에는 쉬고, 때로는 여행도 가는 평온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퇴사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사라지고 싶다."
"없어져 버리고 싶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회사 스트레스와 염증 때문이었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질문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며칠간 고민하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5월 말에 마음을 굳혔고,

6월 5일에 통보,

그리고 6월 30일 퇴사.

(잠깐. 나는 퇴사를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를 다니며 퇴사 후 할 일들을 미리 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퇴사하면 모든 것이 나아질 줄 알았다.
나만의 사업을 시작해 6개월 안에 월 천만 원을 벌 계획.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고 주도적인 삶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시작부터 삶은 나를 거칠게 내던졌다.
허니문 같은 달콤한 시간 따위는 없었다.
출발과 동시에 넘어졌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 일어나 다시 달렸지만
더 큰 벽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배신을 당했고,

때로는 고통을 피하려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가

더 큰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마치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믿었던 모든 이들이 나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6개월이 지나도 원하는 수익은커녕

9개월이 지나도 빛은 보이지 않았으며

1년 후, 나는 마치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세상은 내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하려 하면 온 힘을 다해 끌어내려 포기하게 만든다.

단, 나쁜 방향의 변화에는 적극적이다.


나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그런 에너지? 세력? 법칙? 이 있다는 것을

퇴사 1년이 지난 후에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후에 나는 이것이 엔트로피 증가 법칙(열역학 제2법칙) 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열역학 제2법칙 - 엔트로피 증가 법칙

"모든 자연 현상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나는 실패했다.

퇴직금은 사라졌고, 빚만 남았다.

원하던 월 천만 원 수익은커녕 월 마이너스 천만 원.

스트레스로 건강은 무너졌고,

병원과 약, 그리고 끊이지 않는 불면의 밤이 일상이 되었다.


나의 실패를 바라던 많은 이들에게 나는 큰 즐거움이 되었다.

밤마다 수치심과 분노에 몸부림쳤다.

결국,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철저히 실패했다.

적어도,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들의 눈에는.




하지만 진짜 실패란 무엇일까?

포기하는 순간일까? 아니면...

넘어져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무너진 채 바닥에 앉아 있지만,

눈을 감으면 내 안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일어서라."

"이게 끝이 아니다."

"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다."


나는 안다.

이 길 끝에서 반드시 나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나처럼 길을 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실패?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내 미래를 위해 걷는 중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고통이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바뀔 날이 올 것임을...

나는 믿는다.



당신은 어떤가.

만약 이 길의 끝에 새로운 당신이 서 있다면,

당신은 그를 만나러 갈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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