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3.65kg의 연탄 앞에서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작지만, 무겁고도 부서지기 쉬운 연탄을,
올 겨울 높은 언덕배기 골목집 구석에서 뜨겁게 불타오를 연탄을, 소중하게 옆 사람에게 전달하였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함께한 이들의 얼굴에서 흐르는 땀이 그 고단함을 말해 주었지만,
드문드문 들리는 웃음소리와 소란함이 이 과정이 즐거웠음을 알려주었다.
나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뜨거움을 모르고 살아왔다.
그저 이 정도면 되었지, 하고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살아왔다.
중간을 지키며, 색이 없이 살아오며, 적을 두지 않은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 그렇게 살아온 나의 삶이
3.65kg의 연탄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것이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올라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한낮의 언덕 마을에서 뜨거워본 적이 없어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었다.
연탄에 쉬이 불이 붙지 않는다고 한다. 불을 붙이기도, 꺼진 뒤에 살리기도 어렵다고 한다. 나도 쉽진 않겠지만 마음의 불씨를 붙여보려 한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2025 #연탄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