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대한 피아제와 비고츠키 관점 비교
아기가 처음 말을 하게 되는 과정은 신비하다.
누워만 있고, 울기만 하던 아기가 어느 날 눈을 맞추며 "오오", "어어" 등 말을 하듯이 대꾸한다.
아이의 소리에 "그랬어?", "그랬구나" 대꾸하면 정말 대화하듯 또 "오오", "어어" 등의 소리를 낸다.
그것이 귀엽고 신기하여 자꾸만 말을 걸게 된다.
(둘째 아이를 보니 2-3개월부터 그러는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빠빠빠빠", "마마마마" 옹알이를 시작한다.
그러면 우리 아가가 벌써 '엄마'를 말하는구나 '아빠'라고 하는구나
엄마와 아빠는 서로 엄마를 먼저 말했다, 아빠를 먼저 말했다 옥신각신하며 즐거운 상상을 한다.
그러다 엄마, 아빠, 무(물), 맘마 등 한 개 두 개 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난다.
손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럼 엄마 아빠는 아기의 말에 말을 더해 "물 먹고 싶었어?", "엄마가 물 줄까?" 등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을 길게 늘여 준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엄마 물" "물 줘" 이런 식으로 한 번에 말하는 단어가 늘어난다.
주로 명사+명사를 먼저 말하고
명사+동사를 말하는 것은 그 이후에 발달하는 것 같다.
열 개 단어를 한 번에 이어서 말하게 될 때까지 손가락으로 아기가 하는 말을 세고 신기해하고, 기특해했던 것 기억이 난다. 그런 단계가 지나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하는 단계가 온다.
4세(만 3세)가 그런 시기인 것 같다.
요즘 우리 첫째 아가는 어른이 무슨 말을 하면 거기에 꼭 대꾸를 하고, 누가 듣든 듣지 않든 쉴 새 없이 종알댄다. 쉴 새 없이 종알대는 아이의 체력이 부럽다. 자기 자신과도 이야기하고 인형과도 이야기하고 로봇과도 이야기하고 자신을 포함한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아이의 말동무가 된다.
무심코 볼 수 있는 아이의 혼잣말에 대해 인지발달학자 피아제(Piaget)와 비고츠키(Vygotsky)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피아제의 경우 언어는 인지발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인지발달은 언어발달에 선행된다고 하여 언어가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여 보았다.
반면, 비고츠키의 경우 언어는 사고와 인지발달에 중요한 도구로서 인지발달에 있어 강력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며, 언어발달은 인지발달을 촉진한다고 하여 언어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이처럼 언어발달에 있어 인지발달 분야의 대가인 두 학자가 아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비고츠키는 인생 초기에 언어와 사고가 각각 독립적으로 발달하다가 약 2~3세경이 되면 서로 연합된다고 생각하였다. 초반에는 혼잣말을 할 때 겉으로 소리 내어 말하다가(외적 언어) 점차 속으로 생각하거나 속으로 말하는 것(내적 언어)으로 전환된다.
크게 중얼거리는 것에서 시작하여 점차 내면화되어 가는 혼잣말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인지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어떤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중얼거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집중이 필요한 때, "지금 집중하는 것이 낫겠어. 이것은 중요하니까." ◀ 관심을 유지시키는 과정
무엇인가를 외워야 할 때, "내가 이 숫자를 반복한다면 나는 외울 수 있을 거야." ◀ 새로운 정보를 암기하는 과정
문제를 해결할 때, "어디 보자. 이 문제가 어떤 종류의 답을 묻고 있는 거지?" ◀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이러한 혼잣말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은 피아제의 관점보다 비고츠키의 관점을 더 지지하는 편이다.
실제로 유아들은 쉬운 과제보다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였을 때와 실수를 한 후 어떻게 처리할지 혼돈스러울 때 혼잣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비고츠키가 주장하였듯이 혼잣말은 연령 증가에 따라 내면화되어 가는데, 이것은 속삭임과 조용한 입술 움직임으로 변한다. 게다가 영리한 아동일수록 혼잣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연구결과는 피아제의 주장처럼 인지적 미성숙을 반영하기보다 오히려 인지적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혼잣말은 인지발달의 중요한 도구라 할 수 있다.
혼잣말을 통해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 활동을 계획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나 또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언어에 대한 비고츠키의 입장에 더 동의한다.
거의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혼자 길을 걸을 때면 중얼거리며 다닌 기억이 난다. 등하굣길에 거의 중얼거리며 걸었었다. 하루 동안에 해야 할 일, 친구랑 있었던 일 등등 무슨 말이든 중얼거렸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도 집중할 일이 있으면 소리를 내어 말을 하며 하는 습관이 있다. 특히 일정이 촉박하거나 마음이 다급할 때,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등등. 그래서 종종 옆에 있는 사람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다.
내가 왜 여러 상황 속에서 혼잣말을 많이 했었는지를 비고츠키를 알게 되며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혼자 블록을 가지고 놀 때, 로봇을 가지고 놀 때, 그림 그리며 놀 때, 혼자 누워 있을 때 등등 입을 한시도 가만 두지 않고 중얼 거린다. 그런 때는 그 모습이 귀여워 몰래 동영상에 담기도 한다.
만약 우리 아이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면 시끄러워하지 말고 우리 아이가 잘 자라고 있구나,
우리 아기의 뇌가 잘 발달하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