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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지 Apr 22. 2024

마음이 무너진 아이

-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 중 전조작기의 특징인 '자기중심성 '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 중 전조작기(2~7세)의 특징인 자기중심성이란? 

"타인의 생각, 감정, 관점 등이 존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아이가 떼를 쓰거나, 하고 싶은 것을 고집할 때는 아이만의 이유가 있다.

섣부른 내 생각, 마음으로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이나 창의성 등을 가로막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첫째 아이 나이가 만 3세였던, 전조작기에 해당했을 때의 일이다.

첫째 아이가 동생이 목욕하는 목욕통에서 씻고 싶다고 하여 작은 통에 물을 받아 주었다.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면, 평소 잘하던 행동을 하지 않고 동생처럼 하고 싶은 일종의 퇴행 현상이 나타난다.

아이는 이제 몇 개월이 지난 조그만 아기가 씻는 자그마한 목욕통에 몸을 억지로 구겨 넣고 그저 좋다고 만족하며 목욕을 했다.


목욕한 김에 이도 닦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를 닦으라 했더니 칫솔에 치약을 발라 달란다.

그래서 칫솔에 치약을 발라 주었는데, 평소 우리 아기가 좋아하는 치약은 거실에 있어 발라주지 못하고

화장실에 있는 다른 치약을 발라 주었다. 그랬더니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갑자기 칭얼거리며 치약 묻은 칫솔을 물이 담긴 통 안에 천천히 담그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몸에 묻은 세균이 물에 많은데 그 세균이 칫솔에 닿으면 그 칫솔 못 쓴다고 몇 번이나 '안돼'하며 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칫솔을 물에 담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게 너무 많이 화가 났다. 아마도 아이를 씻기는 느지막한 저녁 시간, 육아에 지친 나머지 정신적, 신체적 한계가 다다랐던 모양이었다(이 부분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후에 다시 한번 다루고자 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칫솔을 빼앗아 그 칫솔을 부러 뜨으렷다. 매우 극단적인 행동이었다. 아이가 말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나의 마음을 매우 폭력적인 행동으로 표현하였다.


아이는 울고불고 난리. 칫솔을 물로 씻으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즐겁고 만족스러웠던 아이의 목욕 시간은 '아주 사소한 치약 사건으로 인해' 아이도 나도 모두 지치고, 힘에 부치는 서로 지지 않겠다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끝이 났다.


하지 말라는 것을 기어코 하는 아이를 보니 너무 화가 났고, 나는 한두 번은 참았지만 결국에는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폭력을 휘두르고 나서야 아이한테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세균이 묻은 칫솔을 결이가 쓰면 결이가 아플까 봐 그랬다며 둘러댔지만, 그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의 잘못 보다 훨씬 과하게 화를 낸 자신이 후회가 되었다.


아이는 그 칫솔을 물에 닦아서 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비록 깨끗하게 씻기지 않을지라도, 아이는 아이대로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틀리다, 잘못됐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나의 잘못이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 중 '전조작기'의 큰 특징인 자기중심성은

우리 아이가 아닌 성인이 된 지 한참이 지난 엄마의 특징으로 고착되었다.

여전히 '엄마', '어른', '나' 중심으로 판단하고 아이를 내 틀로 맞추려고 하였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서툴며, 아이는 엄마의 옳은 말과 생각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날 밤 자려고 누운 침대 위에서 아이는 다시 한번 물었다.

"엄마 아까 칫솔 왜 부러뜨렸어?"

나는 또 말 같지도 않은 말로 "네가 세균 묻은 칫솔로 닦으면 세균이 입에 들어가고 아플까 봐 그랬어." 했다. 

아이는 "아까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어, 마음이 없어지는 줄 알았어"라고 말한다.

순간 심장이 철렁. 울고 떼쓰는 것으로 밖에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사실 그 속 마음은 '무섭고, 속상하고, 슬펐던 것'이었다. 그것도 마음이 없어질 만큼 아주 많이.

그제야 삼켜두었던 "미안해"라는 말을 아이에게 건넨다. 아이가 와서 폭 안기었다.


엄마도 자라야 한다.

엄마도 커야 한다. 아이와 함께.





* 피아제의 자기중심성이란?

스위스 심리학자 피아제(Piaget)는 인간이 성장함에 따라 인지가 발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인지발달이론이라고 하는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아동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각운동기(0~2세), 전조작기(2~7세), 구체적 조작기(7~11세), 형식적 조작기(11세 이후)의 4단계로 변화한다고 하는 것이다. 4개의 발단 단계에 따라, 아동은 연령이 어린 이전 단계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나이가 들어 다음 단계로 가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이 글과 관련된 전조작기 아동들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들면, 먼저 두 개의 길고 가느다란 용기에 똑같은 양의 물을 붓는다.  2~7세의 전조작기의 아동에게 두 용기에 같은 양의 물이 담겨 있느냐고 물어본 후, 그들이 같은 양이라고 동의하면 이번엔 한 용기에 담긴 액체를 짧고 평평한 용기에 붓는다. 그다음 아동에게 이제 이 두 개의 용기에 담긴 물의 양이 같은지를 다시 묻는다. 전조작기 아동은 대개 길고 가느다란 용기에 담긴 물이 짧고 평평한 용기에 담긴 물보다 많다고 대답한다. 즉, 아동은 하나의 두드러진 지각적 특징(용기의 높이)에 집중하고, 다른 덜 두드러진 특징(용기의 넓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존 개념(그림 출처: https://m.blog.naver.com/hibyeclinic/222110416857)


이를 중심화(egocentrism) 경향성이라고 한다. 중심화란 하나의 눈에 띄는 특징에 집중하며 다른 특징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성을 말한다. 중심화 경향성이 대표적으로 표현되는 형태가 자아 중심성(egocentrism) 경향성인데, 이는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따라서 타인의 조망을 수용하지 못하는 인지적 경향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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