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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지 Apr 26. 2024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요.

'로저스 무조건 긍정적 수용'

우리 아기가 4살이 되면서 확실히 자기가 스스로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자신의 기준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때가 많아졌다.

이럴 때 부모는 어디까지 허용해 주고, 어디부터는 안된다고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대부분은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 주고 들어주려고 하지만,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할 때는 나도 무조건적인 긍정적 수용이 아닌 조건적 수용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며칠 전(이런 일은 자주 있다) 장난감은 갖고 놀다 어디다 뒀는지 찾지 못했는데 그 장난감이 어디 있냐고 떼를 쓰며 내가 찾지 못하자 주먹으로 나를 때렸다. 4살 아이의 주먹이 제법 맵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 친구 등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은 절대 안 되는 행동이라고 알려주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거짓말은 못하는 아이이다.


그래서 그것은 정말 안 되는 행동이라고 하며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끝까지 하지 않더라.

그래서 아이가 나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는 행동들, 옆에 와서 웃거나, 괜히 나에게 스킨십을 시도하거나

놀아달라고 하는 행동들에 대해 모른 척하였다.

미안하다고 사과할 때까지는 놀아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 부정적 조건 수용


"부정적 조건 수용(negarive conditional regard)은 자녀의 불복종과 실패 정도에 따라 사랑과 애정을 철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가 부모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부모는 관심과 애정을 줄인다. 자녀나 부모의 말을 안 듣거나 낮은 성적을 받을 때 부모는 냉담해지고 자녀와 거리를  둔다."


그랬더니 몇 번 그것을 시도하더니 작은 소리로 '엄마, 미안해' 그런다.

나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고 하며 

아이를 안아주었다.  ◀ 긍정적 조건 수용


"긍정적 조건 수용(positive conditional regard)은 자녀의 복종과 성취 결과에 따라 사랑과 애정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는 자녀가 부모의 뜻을 따르면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제공한다. 일례로, 자녀가 부모의 말을 잘 듣거나 성적을 잘 맞을 때 부모는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이 쏟는다."


사회화 전략 중 위에서 내가 사용한 부정적 조건 수용긍정적 조건 수용은 단기적으로는 자녀가 부모의 말에 복종하도록 하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녀의 정서적, 학업적 기능과 심리적 안녕감 측면에서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세 번째 유형의 사회화 전략으로는 부모의 자율성 지지가 있다. 자율성은 외부의 어떤 요인, 즉 특정한 행동 방침을 강요하는 사람이나 환경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자율성 지지 사회화 전략을 사용하는 부모의 자녀는 학업에 가치를 느끼고 학습에 대한 흥미와 몰입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자율성 지지를 받은 자녀들은 사회성 발달도 더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저스는 부모는 자녀에게 조건적 긍정 수용이 아닌 자녀의 행동에 부모의 어떤 판단(가치)이 반영되지 않는 무조건적 긍정 수용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무조건적인 긍정 수용은커녕, 화를 내거나 꾸짖지 않으면 다행인 날들이 더 많다. 현명한 부모가 되는 길은 어렵고도 먼 길 같다.


이를 위해서는 내 아이가 순한 아이인지, 예민한 아이인지, 조금 더딘 아이인지 등 아이의 원래 성향과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한 행동이 엄마(또는 아빠)인 내가 봤을 때 옳고 그른지 판단하고 아이를 대하기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수록 우리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가 조금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화를 내거나 짜증내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고 조금은 편해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돌아보면, 나도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무조건적인 긍정 수용을 받지 못하고 자랐고, 그래서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되었던 것 같다. 가끔 주말에 친정 엄마가 오시는데, 문득문득 우리 아기한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언행들이 있다. 엄마의 저런 말과 행동이 나를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키웠구나도 싶고. 


예를 들면, 어제 우리 아이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3살 때까지만 해도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남편이랑 같이 가서 한 명은 같이 앉고 한 명은 옆에 잡고, 우리 둘도 모자라 미용실 직원이 또 잡고 해서

간신히 머리를 잘랐었다. 우리 아이는 기질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아이였고, 미용실은 그에게 매운 두려운 장소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아빠와 둘이 미용실에 가서 울지도 안고 머리카락을 잘 자르고 왔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남편이 사진을 찍어 왔는데 아이가 남편 무릎에 앉아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울지 않고 머리 깎는 우리 아가


우리 친정엄마는 그 사진을 보고, "으이고, 다 컸는데 아직도 아빠 무릎에 앉아서 머리를 잘라" 그러신다. 

나는 우리 아이의 발전이 대견하고, 혼자서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머리를 자르고 온 아이를 칭찬하였는데

할머니의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 엄마한테 작은 소리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예민한 우리 아이가 잘려나가는 머리카락들을 보면서 무서운 마음을 견디고 참고, 울지 않고 머리를 잘랐는데 왜 저런 말을..ㅜㅜ 본인도 매우 뿌듯했을 그 시간을 우리 엄마는 왜 저런 말로 밖에 표현하지 못할까. 어렸을 적의 나였다면 분명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았을 것이다.


물론 우리 아이가 항상 좋은 말을 듣고 자랄 순 없겠지만, 여러 유형의 사람을 겪고 상처들을 극복하며 성장해야겠지만, 최대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 내가 알고 있는 이론들을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실천하며 키우고 싶다.


그럼에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내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 한 끗 차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헷갈리지 않고 지혜롭게 아이를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로저스의 무조건적인 긍정적 수용이란?

로저스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중요하고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성격 발달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로저스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애정과 지지를 베풀지만, 그것이 종종 조건부적이라는 사실을 숙고한다. 즉, 부모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한에 있어서 사랑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들은 종종 자신들의 사랑이 아이들로부터 거두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빠르게 자신들의 진실한 감정, 꿈, 욕구를 포기하게 되고 부모의 사랑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만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받기 위하여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을 잃고 마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시선으로 자신의 아이를 양육한다면, 아이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며,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갖게 되고 로저스의 말을 빌리자면 완벽하게 기능하는 인간 fully functioning person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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