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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지 May 03. 2024

방구끼면 챙피해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자율성 vs 수치심"

나는 잠들기 전 불꺼진 침대에서 아이랑 뒹굴뒹굴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밤이 되었다고 해서, 불이 꺼졌다고 해서 쉬이 잠들지 못하는 아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어린이집 하원 후, "오늘 뭐하고 놀았어? 누구와 놀았어? 뭐가 재밌었어?" 등의

쏟이지는 엄마의 질문은 모른척하고 놀이터로 뛰어가는 아이도


잠자리에서 뒹굴뒹굴 할 때는 묻지 않아도 알아서 "아까~", "있잖아~"하며 슬며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있었던 일들부터 어린이집 이야기, 놀이터 이야기, 먹는 것, 싸는 것, 자는 것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그런데 어느날 밤에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어린이집에서 방구 끼면 챙피해, 부끄러워."


나는 아이에게 '창피함, 부끄러움'과 관련된 수치심에 대해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데

아이가 먼저 그러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스스로 그러한 감정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스스로 다양한 감정들을 지니고 태어나는 것일까?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How Emotions Are made)'라는 책에서 

감정은 문화가 만들어 낸 인공물이라고 한 바 있다. 그동안 감정은 선천적인 것이며,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감정을 느낄 뿐 아니라 일관되게 측정될 수 있다고 하였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주장이다.



또한 배럿은 감정을 인간 경험의 보편적 요소가 아닌 문화적인 개념으로 보았다.

즉, 어떤 상황에서 정서와 관련된 신체 변화가 일어날 때 그가 속한 문화가 그의 감정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이에 나라마다 같은 신체 반응에 대해 어떻게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그가 경험한 신체 반응과 관련된 정서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만약 갑자기 천둥이 "우르르 쾅쾅" 치면 인간은 깜짝 놀라는 반응을 한다. 그럴 때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동공은 커지고, 심지어 심하면 몸이 떨리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공포'라고 한다. 놀람, 공포, 무서움도 일종의 정서이다. 배럿에 따르면 천둥이 쳤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을 우리나라처럼 한글을 쓰는 곳에서는 그것을 '공포', 미국처럼 영어를 쓰는 곳에서는 'fear', 일본처럼 히라가나를 쓰는 곳에서는 'きょうふ' 라고 한다는 것이다. (부르는 말이 다른 것이지 같은 의미 아닌가?ㅠㅠ)





그런데 실제로 내 아이가 자라나고 감정을 기술하는 것을 볼 때,

나는 정서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일한 감정에 이름이 달라질 뿐, 아이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우리 아기는 35개월로 만3세, 우리나라 나이로 4살이었다.

그때 우리아기는 화장실에서 배변을 보지 못하고, 기저귀를 찼었다.

다만,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쌌었던 적도 있었기에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항문기로 명명하고

적절한 배변훈련이 이루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고착될 경우 결벽증, 낭비벽 등의 성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


에릭슨 역시 이 시기를 중요하게 보았는데 만 1~3세의 시기자율성 vs 수치심 단계로 보고

이 위기를 잘 극복했을 때 '의지'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하였다.


놀랍게도 만 3세에 있는 우리 아기는 에릭슨의 발달단계에 맞게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행동들을 보았을 때는 충분히 기저귀를 뗄 수 있는데, 우리가 너무 훈련을 안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안한 적도 있었다.

후에 생각했을 때는 예민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기질 때문에 기저귀를 벗고 어린이집을 가는 것이 불편했던 것 같다. 선생님과 상의하여 등원할 때는 기저귀를 차고 그 위에 팬티를 입혀 보내고, 어린이집에서 기저귀에 쉬를 하면 그것을 빼주고 자연스럽게 팬티만 입게 하였더니 잘 생활하였다. 그렇게 특별한 노력 없이 기저귀를 떼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에도, 아이랑 둘이 있을 때 어디선가 구수한 방귀 냄새가 나서 "방귀 뀌었어?" 물어보면, 아이는 한동안도 화를 내다시피 하며 자기가 안 그랬다고 엄마가 뀌었잖아 하며 우겼었다. 한참을 그러더니 어느날부터는 별 반응이 없어졌다. 우리 아이는 에릭슨의 자율성과 수치심의 갈등 단계를 잘 극복하고 '의지'를 획득한 것일까?




에릭슨(Erikcon)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중 '자율성 대 수치심' 의 특징은?

이 시기(1~3세)의 유아는 신체적·생리적 성숙에 따라 대소변 가리기, 걷기, 식사하기, 입기와 같은 자기통제가 가능하며 독립심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갖게 된다. "아니야.", "내 거야."란 말에서 이들의 자율적 욕구를 찾아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아의 자기 통제 행동은 이들의 미숙함을 우려하는 부모의 규제를 받게 되거나 스스로 실행해 보는 과정에서 실패에 부딪히게 된다. 만일 시기에 부모가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색하고 스스로 어떤 일을 하도록 허용하며, 동시에 아이의 자율적 의지에 주목하고 격려해 준다면 자율성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아이가 혼자 스스로 행동이 실패한 경우 조롱하거나 비난을 하게 되면 수치감을 갖게 되며, 아이가 혼자 스스로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과잉보호하게 되면 자신의 능력에 의심을 하게 되고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자율성대 수치감의 위기를 극복하면 '의지'라는 덕목을 갖게 된다. '있다'는 의지를 가진다면 성인이 되어서 매우 훌륭한 삶을 있을 것이다. 



#에릭슨 #심리사회적발달단계 #정체성 #자율성대수치심 #수치심 #만3세발달 #4살바달 #만3세인지 #프로이트 #항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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