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MJ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왔다. 친한 친구 집은 마치 친정과도 같다. 가는 길이 멀고 막혀도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고,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나 배고파, 맛있는 거 뭐 있어?” 물으며 일단 소파에 드러눕게 된다.
MJ. 이제는 절친이 된 그녀는 나의 입사 동기였다. 그것도 바로 내 뒷번호, 그래서 교육 기간 내내 그녀는 나의 짝꿍이었다. '승무원은 비행기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것밖에 모르던 새파랗게 순진했던 나는 입사 첫날 쪽머리를 하지 않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온 탓에 강사에게 경고를 받는 훈련생이었다. 나와는 달리 항공운항과를 졸업하고 미스코리아 타이틀까지 있던 MJ는 누구보다 단아한 쪽머리와 고운 화장으로 강사보다도 완벽한 어피어런스를 갖춘 신입 승무원이었다. (동기들 모두가 MJ는 하늘이 내려준 승무원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머리나 화장이 엉망이면 시말서까지 쓰던 그때 그 시절이었다. 타고난 똥손에 머리 만지는 스킬도 없고, 메이크업도 잘 못하던 나를 위해 MJ는 20분씩 일찍 출근해 내 머리를 새로 묶어주고 화장을 고쳐주었다. 길고 긴 3개월의 훈련원 시절, 나를 승무원 모양새로 키운 건 팔 할이 MJ였다. 그 누구도 MJ처럼 친절할 순 없을 것이다. 항공기 기종, 항공 장비, 의료 장비, 비상 훈련, 서비스 교육, 서비스 실습 등 매일매일 시험의 연속으로 바쁜 훈련생이, 모자란 동기를 위해 새벽잠을 줄여 20분씩 일찍 출근을 해주는 자체로 그녀가 이미 어나더 클래스의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MJ를 만나고 깨달았다. 친절한 사람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물론 예쁜 MJ의 외모도 한몫했겠지만, 늘 다정다감하게 말하고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하는 MJ의 모습은 여자인 나도 충분히 반할 만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게, 훈련원 수료 날 그녀는 모두의 투표로 '아름다운 미소상'을 받는 영예로운 신입 승무원이 되었다. 역시 아름다운 태도와 마음씨는 누구나 알아보는 법이다.
스물셋에 처음 만난 MJ부터 지금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바쁜 남편을 내조하는 서른아홉의 MJ까지 내가 봐온 MJ는 늘 존경과 감탄을 자아내는 여성이다. 그녀는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그 바쁜 와중에도 내가 아이를 낳자 육아의 시기에 맞는 아이템들을 아이가 커가는 때에 맞춰 내게 보내주었다. 늘 내가 중심이 되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항상 자기 앞에 있는 누군가가 먼저인 사람이었다.
'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남편에게 짜증 내지 않고 말하지?'
'와, 애들에게 저렇게 대할 수도 있구나!'
그녀를 통해 나는 내 삶을 돌아보고 나와 동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마음의 그릇이 큰 그녀의 삶의 태도를 배우려 노력한다. 한결같이 온화한 그녀, 쉽게 짜증 내지 않는 그녀, 다른 사람을 챙기는 여유를 지닌 그녀. 이런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곁에 두고 절친이 됐으니, 한 번씩 그 자체로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MJ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MJ가 내 딸아이의 머리를 묶어주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머리도 잘 묶는 MJ는 그동안 아이가 요구해도 내가 어려워서 하지 못한 스타일로 아이 머리를 예쁘게도 묶어줬다.
“OO아, 이모가 옛날엔 OO이 엄마 머리 참 많이 묶어줬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우리 예쁜 OO이 머리도 이렇게 묶어주게 되네.”
그 다정한 한마디 한마디에 하마터면 내 머리도 묶어달라고 들이밀 뻔했다. 아름다운 미소상에 빛나는 그녀, 나는 역시 MJ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