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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Oct 27. 2022

JJ의 헤진 속내의를 보다

그녀를 위해서는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생일 선물을 주기 위해 JJ의 집으로 향했다. 

집을 나선 것은 새벽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을 때였다.

JJ의 집은 산 중턱에 있었다. 골목길을 따라 구불구불 몇 번 돌아 오르다보면 집이 나타났다. 

JJ가 학교에 가기위해 집을 나설 때 마주치기위해서는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드디어 새벽어둠이 막 가시려 할 때 저 멀리 JJ가 나타났다. 

그런데 jj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집 앞이 아니라 저쪽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처음에는 인기척에 무심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점점 가까워지자 JJ라는 것을 곧 알아챘다. 

‘아니 이 새벽에 어디를 다녀오는 것일까...’

그러나 이내 곧 JJ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보고 왜 어두운 골목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지 알 수 있었다. 

‘신문’ 이었다. 

JJ는 아무도 모르게 신문배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문을 돌리다 남았는지 어림 보아도 5부 정도는 손에 들려 있었다. 

JJ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이렇게 일찍?”

“아 이 편지하고 선물...미안해 이렇게 일찍 와서..”

부끄러워하는 jj가 고개를 떨칠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오래돼서 헤어진 메리야스였다. 

크고 둥그런 목 티가 왼쪽 쇠골뼈가 반쯤 보이게 늘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메리야스가 보였다.

난 순간 너무나도 미안함과 동시에 JJ가 무척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여덟 살 소녀가 신문배달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까?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

하지만 JJ는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보려면 이따 오후에 학교 끝나고 오지..”

“아.. 미안해.. 이거 받아. 생일 축하해..”

난 그렇게 말하고 이따 또 보자면서 곧바로 뒤돌아서 뛰었다.

빨리 JJ에게 멀어지는 것이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뛰고 있던 난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JJ를 알고 JJ를 만나고 그녀를 언제부터인가 좋아했지만 그날은 정말 JJ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도 열심히 꿋꿋하게 살아가는 JJ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난 그날 처음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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