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한 말씀만 하소서"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힘이 들 때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분께 사정하고, 원망하고 청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두려운 것은 주님께 온전히 의지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입니다.
부족한 인간으로 그 상황을 외면하고픈 생각입니다.
그 바닥부터 처절하고 절실한 기도를 할 상황이 발생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최근 박완서 작사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접했습니다.
가장 강한 부정은 가장 강한 긍정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진실한 기도는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소리도 말짱 헛소리다.
교만이 꺾인 자리 겸손이 아니라 황폐였다.
나는 그럼 기도가 모자라 아들을 잃었단 말인가.
내가 북받치는 분심으로 신을 원망하고 저주하다가도 문득 두려워지면서 기도하는 마음이 될 수 있는 것도 남은 딸자식들 내외와 손자들 때문이다.
제발 무심해다오. 스스로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언어와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이런 도움이야말로 신의 자비하신 숨결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베네딕토 수녀원
모든 게 적절할 뿐,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박완서 작가님의 글 있었습니다.
끝가지 이 사건으로 인해 주님을 진심으로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내용이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처음 구절을 읽은 순간부터 끝까지 아니기를 기도하며 읽었습니다.
자식을 앞세운 고통에 몸소리치며, 포악질 했다지만,
주님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모든 게 '적절하지만, 지나침이 없어 좋았습니다.'
그 끝에 주님을 찾았다거나, 나의 믿음을 확인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님께 청하는 기도처럼...
제가 감히 평가할 수 없을 테지만 그저 저의 마음입니다.
지금이라도 주님께 조금씩 다가가는 어린양을 어여삐 봐주세요.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