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 괜찮을까?

37. 뜻대로 하소서

by 쿨한거북이

나는 구직자입니다.


『+찬미 예수님,

**성당 사무실입니다. 사무장 지원에서 서류전형에 통과되어 면접일 알려드립니다.』

『+찬미 예수님,

**교구 사무실입니다. 경영지원팀장 지원에서 서류전형에 통과되어 면접 관련 안내드립니다.』


100세 시대에 좀 더 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직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력이 필요한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인터넷으로 교구 직원모집 안내를 확인합니다.

가급적이면 가톨릭신자로서 교구 관련 일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헤드헌터, HR 컨설팅업체로부터 일반 기업체의 포지션 제안이 사라진 지는 꽤 오래전입니다.


면접 대기장소에서 다른 지원자들을 살피고, 면접을 본 후엔 대부분 결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구나', "왜 이런 경력으로 여기에 지원을 하셨을까요?", "주거지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은데 가능한가요?, 저희는 주위에 계신 분을 원합니다."


채용결정자로서 직원을 선발할 때 제가 반드시 하는 멘트가 있었습니다.

"저희의 현재 오픈된 포지션의 선발기준은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지원자를 선택하기보다는 최적의 지원자를 선발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선발되지 않는 것이 지원자의 능력과 경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와서야 생각해 보니, 그들 모두가 개개인의 이유와 간절함이 있었을 텐데, 그 멘트 하나로 마치 공정하고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 것처럼 여겼던 것 같습니다.


최근 면접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기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짧은 문자 하나로 실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분께서 선정되셨습니다."


목감기로 며칠 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이젠 회복 중입니다.


"주님, 뜻대로 하소서" (제가 청하는 대로는.... 안될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