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톤투 Mar 06. 2023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더디지만, 마침내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렇듯.

우리에게도 힘든 시간은 예고 없이 들이닥쳤고

그 예고 없음에 속절없이

기나긴 시간을 방황해야 했다.


이제 봄이 오려나


내가 기다리다 기다리다

기다림마저 잃어버렸는데


그래도 너는 결국 와주고 있나 보다.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어서 만나자, 봄아.



작가의 이전글 5세 6세 연년생 남매 유치원에 입학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