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창 Sep 04. 2022

감자튀김 먹는 사람들

토막글


고흐가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 이라는 그림이 있다.
당대 기근과 계급차로 근근이 먹고사는 사람의 상징인 감자를 먹는 농민계급의 식사 장면인데, 요즘엔 그 식사 풍경조차 쉽게 목격하기 힘들다.

사진 속 음식 봉투는 모두 내가 배달한 음식들이다. 몇 번 말했듯이 배달대행일이 밀리면 정말이지 저 봉투 속 삐져나온 감자튀김의 유혹을 참기가 힘들다. 한 번도 먹은 적은 없지만 식사할 짬도 없이 일을 하다 보면 '닭다리 빼먹은 라이더'의 심정도 한편 이해가 간다. 저 음식을 시킨 이들도 밥 먹을 새도 없이 일한 너고 나였을 것이다.

요즘 다시 밥을 그린다.
 6년 전 그린 밥과 밥그릇이 원망과 비소의 그것이었다면, 지금 그리는 밥은 측은함과 울분의 밥일 것이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 그려진 후 140여 년 먹는 것의 질은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그림 속 식사 장면에서 풍기는 일말의 경건함과 축제 같은 모습은 개개인의 일상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본다.

여전히 감자 먹는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고, 주인을 기다리는 그 밥마저 고달프다.

2022년 1월 1일
장창 씀


____________

<감자튀김 먹는 사람들>  :배달사고 방지를 위한 확인용 사진 2021

작가의 이전글 1부 에필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