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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창 Sep 29. 2022

삼도류

토막글

 

 나름의 작은 성과를 자축하며 원고지에 글을 옮긴다.


 연필이 많이 필요한 까닭이 단지 손끝의 느낌에 따른 것이라 여겨왔는데, 국민학교 이후로 가장 긴 시간 연필로 글씨를 쓰다 보니 뭔가 확실한 이유를 찾아냈다. 옛날 연필에 비한다면 잘 부러지지도 않고 종이가 찢긴다거나 너무 빠르게 닳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지만, 글을 신나게 쓰다 말고 중간중간 연필깎이를 돌리면 뭔가 흐름이 깨지는 것이 불안해서, 흑연심이 뭉툭하게 닳으면 바로 다른 연필을 집어서 이어 쓴다.


 예전에 검도대회를 다닐 때 죽도 가방에 여분의 죽도를 두 개 더 가지고 다녔는데 비슷한 이치랄까.


 바로 이어 쓸 무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실격 또는 한판 패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잘 벼려진 연필이 두 자루 정도 손에 닿는 곳에  있어야 글을 밀고 나가는데 불안하지 않다는 말이다.


 자 이제 확실한 이유를 찾았으니 고급 연필을 몇 타 주문해볼까 하는데 이 정도 이유면 여보님에게 품의서가 통과될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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