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중 하나가 아니라, 80억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삶.
아이야. 내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너의 모습을 보면, 나는 무척이나 가슴이 뛴단다.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인격인지, 나를 닮은 너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세상에 새로운 기술들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발명이라고 칭송을 내뱉지만, 세상의 어떤 발명도 발견도, 네가 가진 잠재력이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너도 알다시피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어. 지금이야 80억 인구라지만, 언제 인구가 100억, 그 이상이 될지 몰라. 그래서 그런가? 세상에 사람들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구나.
그들은 광활한 우주와 경이로운 자연을 보며, 또 수많은 사람과 그들이 모여서 이루는 사회체제를 보며 인간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말하곤 해. 그러면서 인생들이 마치 대체할 수 있는 사회의 부속품인 것처럼, 개개인의 가치를 폄하하지.
물론 지금 너의 상황은 보잘것없을 수도 있단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누구로도 대체 가능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지.
그러나 비록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당장은 보잘것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 사람은 온 우주에 단 하나뿐인 사람인데. 어찌 그 사람의 가치가 해와 달과 별보다 작다고 할 수 있겠니?
어떤 이야기를 봤는데, 지구에서야 금과 다이아몬드가 비싸고 나무가 값싼 재료이지만, 우주 전체로 보면 금과 다이아몬드는 흔한 반면에 나무는 지구에서만 나오는 가장 값진 재료라고 하더구나.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우주 어디를 둘러봐도 지구 전체를 둘러봐도 너라는 사람은 단 하나 뿐일 텐데. 이 세상, 아니 이 우주 전체보다 귀한 것이 사람이 아니겠니?
땅속에서 파내는 금은과 온갖 보석들, 으리으리한 집과 평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가축들, 그 모든 것이 내겐 길가에 돌멩이와 어떤 차이도 없음을, 다른 무엇보다도 내겐, 광활한 우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너라는 한 사람이 더욱 가치가 있음을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시골길을 걸어본 적이 있니? 농부들은 어느 때에 어떤 품종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를 다 알고 있단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벼일지라도 지역별로 품종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고 그 재배법도 다르지, 같은 배추라고 해도 지역별로 그 맛이 천차만별에, 고랭지인지 노지인지 하우스인지에 따라서 씨를 뿌리는 시기도, 농사를 짓는 방법도, 수확하는 시기도 다르고 무엇보다 그 쓰임이 다 다르단다.
모든 씨앗이 그래,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작은 알갱이에 불과하지만, 농부는 어느 시기에 어떤 비료를 주어야 그 씨가 싹을 틔우고 자라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또 그 열매를 어떻게 사용해야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지, 농부는 씨를 뿌리는 순간부터 그 모든 계획을 세우고 있단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각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들의 마음에는 씨앗들이 심어져 있어. 그러나 사람들은 농사꾼이 아니기에 자신에게 어떤 씨앗이 심겨 있는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몰라서 처음부터 방황해.
때로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도 있어 보았다가 물도 주어봤다가 이 비료도 저 비료도 줘보고, ‘이렇게 하니까 새싹 비스름한 것이 나왔던 것 같은데?’ 하는 경험에 비추어 가면서 고작 씨앗 하나를 발아시키는 데 열중한단다.
많은 씨앗 중에서 잡초인지 새싹인지 구분도 안가는 무언가를 간신히 피워놓고선, 초라한 결과물에 실망해 공허함에 몸부림치다,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씨앗들을 찾아다니지. 이 모든 불행은 사람이 스스로는 자신의 가능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 씨앗들의 가능성은, 우리의 삶을 지나쳐가는 그 누구도 몰라. 오직 씨를 뿌린 농부만이 알고 있지. 이 사람이 무슨 상황에서 어떤 경험을 해야지만 발아하는지, 이 순간에서는 어떤 사건들을 통해서 무엇을 배워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지, 지금은 누구를 만나서 어떤 기술을 배워야 10년 후에 열매 맺을 수 있는지. 그런 지혜는 사람이 아니라 농부에게 있는 거야.
때로는 고통으로, 때로는 사랑으로, 해가 될 수 있는 불필요한 경험들은 제하고, 불필요하게 보여도 꼭 필요한 경험은 겪게 하고, 그렇게 농부는 그 사람의 안에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열매 맺도록 그 사람을 인도한단다.
그때에야 그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가능성을 꽃피우고 그 사람만이 맺을 수 있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야. 80억 중의 하나가 아니라, 80억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삶.
겉으로 보기에는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배추라고 다 같은 배추가 아니듯이, 사과라고 다 같은 사과가 아니듯이.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그 인격과 가치가 더욱 빛이 나는 그런 삶.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능성을 가졌기에 우주보다도 존귀한 존재야.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자기 안에 어떤 씨앗들이 심겨 있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는구나. 자신을 폄하하고 허망한 것에 희망을 두어, 자신의 삶을 어디에나 있는 금은보화와 명예, 권력, 쾌락을 얻기 위한 도구로서 전락시키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세상에 복속시키는구나.
아이야 너에겐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너를 사용해 보려고 너를 손에 들거란다. 때로는 그 사람들이 너의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스승이 될지도 몰라. 때로는 친구들이, 때로는 연인이 너를 사용해 보려고 다가오겠지.
그러나 그 누구도 너를 온전히 꽃피우진 못할 거란다. 그들은 네 안에 무엇이 심겨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야. 너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심지어는 너에게 희망이 없다고 말하며 너에게 멋대로 실망할지도 몰라. 때론 스스로 싹을 피워보려다 너의 모든 노력이 지치는 순간이 올지도 몰라.
그땐 너의 삶에 씨앗들을 심어놓은 농부에게로 돌아가렴. 그가 의미 없이 파종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으니까.
과거의 선택은 현재의 상황을 만들지만, 현재의 선택은 미래를 만들지. 너의 실수로 인해서 상황이 엉망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우리에겐 지금이라는, 돌이킬 기회가 있잖니. 사실 우리가 아무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목청껏 외쳐도 정작 씨앗에게 필요한 것은 비와 바람과 햇살인 것처럼. 우리의 삶에 있어서 필요한 것도 허망한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외부의 도움이라는 것을 잊지 마렴.
분명 그 지혜로운 농부는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며 짓밟고 지나가던 너란 황무지를, 황무지가 아니라 아름다운 과수원으로 가꿀 계획을 가지고 있을거야. 그리곤 그 황무지를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 과수원과 같은 가격,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사겠지. 너가 그런 과수원이 될 것을 기대하며, 그는 아낌없는 노력과 사랑으로 너를 반드시 열매 맺는 삶으로 이끌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