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주세요.

제발, 나 여기에 있어요!

by 마타

나를 알아주세요. 나 여기에 있어요. 저기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실래요? 분명 귀 기울일 수밖에 없을걸요? 제 이야기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재밌는 이야기랍니다?


네? 그건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라구요? 그 이야기 저 사람도 똑같은 말을 했다구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이건 분명 제가 경험하고 깨달은 저만의 이야기….

그런가요? 그렇군요. 여러분은 제 이야기엔 관심이 없으시군요. 다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느라, 제 이야기를 들으실 여력은 없으신 것 같아요.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떠세요? 글쎄 저 사람이 뒤에서는 당신의 욕을 했답니다? 앞에서는 친한 척, 착한 척 가면을 쓰고 꼬리를 흔들지만 사실 뒤에서는 당신의 등에 칼을 꽂을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 이야기는 당신이 반응을 보이는군요! 당신이 내게 보였던 반응 중에 가장 좋은 반응이에요! 이제야 우리가 좀 친해진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럼 이 이야기는 어때요? 저기 저 사람 좀 봐봐요. 저 사람은 글쎄 부모님이 건물을 한 채 물려주셨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맞아! 엄청나게 재수 없죠? 어쩐지 평소 행실이 싸가지가 없었어요. 정말 재밌네요. 이 이야기면 앞으로 3개월은 당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맞아 저기 저 사람 좀 보셨어요? 저 사람 글쎄 큰 사고를 쳐서 계약이 날아갔다던데요? 그것 때문에 임원실에 불려 가서 얼마나 깨졌는지 몰라요. 다 낌새가 보였죠. 어린놈이 들어오자마자 얼마나 기고만장하던지. 제가 그럴 줄 알았어요. 하여튼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놈들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에요.


그나저나 뭔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요! 같은 적을 두었으니, 이 정도면 우리, 조금은 친해졌다고 할 수 있겠죠?


응? 당신은 누구세요? 뭐라고요?! 이 이야기는 험담이지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고요?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아니라고요? 난 이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인정’ 받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졌는데, 어째서 당신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거죠? 왜 내 아픔을 건드리는 거죠? 애초에 당신은 누구시죠? 전 이 편안함이 좋아요. 이 안정이 좋단 말이에요. 저리 가요. 당신과 같은 샌님과 어울렸다간 기껏 어울린 내 친구들이 도망가겠어요.

있잖아요. 저기 저 사람 좀 봐요. 저 사람이 저에게 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지 뭐예요? 저 사람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제가 다 아는데, 지는 뭐 얼마나 올바르게 살았다고 인제 와서 훈계질인지.

근데 여러분, 저를 빼고 거기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거예요? 왜 저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시는 거예요?




사실은요. 나는 인정받고 싶었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니, 나를 알아주지 않으니, 내 마음속에 있는 분노가 타올라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관심을 끌기 위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뱉었죠.


솔직히 이게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제 영혼을 사르는 인정욕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늘 입을 열고야 말아요.


일부러 자극적인 화제로 주의를 끌고 때로는 그들이 나를 편안히 이용하도록, 내 가치를 깎아내리기도 해요. 그렇게 이용만 당하고 나면 마음이 아프니, 마치 선의의 피해자인 것처럼 저를 포장하죠.


이렇게 저들의 비위를 맞춰주다 보면, 저들도 언젠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어요?


사실 저도 알아요. 정말로 선의로 했다면 대가가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대가가 돌아오지 않으면 화가 나요. 정말 참을 수 없어요.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은 배척하고 잘 나가는 사람은 깎아내려요. 험담이라도 해서 내 자존감을 충족시켜야 하니까요. 내 곁에는, 나를 이용하더라도, 잠깐이나마 내 인정욕구를 만족시켜 줄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나도 알아요. 그 사람이 나한테 끌리는 것 역시 좋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어떡해요. 난 인정받지 못하면 죽어버리는 병에 걸렸는걸요.


그거 알아요? 너무 아픈 상처는 다시 보는 것도 두려워 묻어둘 수밖에 없다는 거? 치료할 엄두가 안나는 곪고 곪은 상처는 째기보단, 원래 그런 거라고 내버려 두고 싶은 법이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고 싶어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이르게 됐는지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나 혼자서는 도저히 손쓸 수 없는 마음속 상처들을 품어주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나조자도 감당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다 긍정해 줄 수 있는 존재라니, 그런 존재가 세상에 있을리가 없잖아요? 혹시나 있다면 제게 가르쳐 주겠어요?


그래서 그래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살아요. 내 영혼을 사르는 인정욕구를 잠재우는 방법이라곤, 내가 알기론 이것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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