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글 쓰기
오늘의 글 주제:
작가님들은 자신을 쪼는 스타일이신가요? 자신을 친절히 대하는 편인가요? 만약 그런 자신에게 요리를 선물한다면 어떤 요리를 선물하고 싶으신가요? 구정 연휴 때 수고한 자신을 위해 어떤 요리를 선물하고 싶으신가요?
명절이 되면 우리 다섯 식구는 맡은 일들이 분명하였다. 아내는 명절 준비의 종신직 총책이다. 음식을 장만하고 집안 청소를 하는 등 거의 모든 일들은 아내의 지휘하에 이루어진다. 사실은 거의 모든 일은 아내가 도맡아 했는데, 아이들은 아내의 지시에 따라서 온갖 잔심부름을 맡았다.
나는 정신노동을 담당하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고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는 일이다. 나중에 요리가 완성되면 시식하는 책임 또한 빠질 수 없었다. 이때 술이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아이 셋이 모두 시집을 가고 이 구도가 무너졌다. 아내의 역할은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짐같이 손이 많이 드는 일들은 시장에서 완성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음식을 함께 먹게 될 식구들이 늘어났다. 오후가 되면 각자 차례를 마친 딸들, 사위들, 손자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모두 14명이 합체하는 순간이다. 나는 이 순간을 "태권V 팀의 합체"라고 부른다. 아내가 힘들어 하면서도 즐겁게 요리준비를 하는 것은 이들이 아내의 음식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처지가 딱해졌다. 아이들 셋이 하던 모든 잔심부름, 청소하기 등은 내 몫이 되었다. 반면에 술을 끊었으니 술안주는 필요하지 않다. 보호장구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셈이다.
병풍은 왜 또 그렇게 큰 것으로 맞추었던지 모르겠다. 그전에는 가뿐하게 들었는데, 이제는 꽤 수고롭다. 제상을 옮겨서, 닦고, 접시에 담긴 음식을 상에 올리는 것도 모두 내 일이다. 아픈 무릎을 무릅쓰고 벌벌 기듯이 제사를 모신다. 그러니 나는 엄청나게 혹사를 당하게 되었다. 앞으로 여성의 위상이 더 높아져, 모든 사위들이 처가 제사부터 먼저 모시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이쯤 되면 나머지 두 개는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
내 자신의 성향에 대해서는 글을 읽는 동안 이미 파악되었을 것이다..
다만, 나의 '엄청난 노동'은 아이들이 줄 용돈으로 보상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용돈을 아내와 나눌 때 80%는 내 차지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순 노동량의 증가 즉, '한계노동량 증가율(ΔL)'은 천장을 뚫을 만치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리 대신 용돈을 접시에 쌓아서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