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리뷰 에세이 -영화 <라이프 리스트> 중
"스스로에게 네 가지 질문을 해봐.
첫 번째, 모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인가?
두 번째, 친절한 사람인가?
세 번째, 최고버전의 내가 되게 돕는 사람인가?
네 번째, 아이들의 아빠로 상상이 되는 사람인가?”
결혼을 앞두고 파혼을 고민하는 예비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던진 이 네 가지 질문.
영화 속 대사인데,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아아~! 하고 깨달음이 있었어.
이 질문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괜히 마음이 아렸어.
이런 사람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은 어땠더라…
그 사람에게 나는 속내를 다 말할 수 있었나?
그 사람은 나를 성장하게 도와줬나?
생각하면 할수록
마치 사랑의 기준을 다른 곳에서 찾고 살아온 건 아닐까 싶었어.
친절.
참 흔한 말이지만
막상 곁에 있는 사람에게 느끼기 힘든 감정이기도 하지.
기분 좋을 때만 친절한 사람은 많잖아.
하지만 내가 울고 있거나, 날이 선 말로 그를 찌를 때조차
조용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진짜 친절이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잘생김’보다 ‘부드러운 말투’,
‘경제력’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건 정말 쉽지 않아.
상처 줄까 봐, 질릴까 봐,
혹은 그냥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한 적 많잖아.
하지만 진짜 사랑이라면
‘말해도 괜찮다’는 안전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아무 말해도 괜찮은 그 사람,
날 판단하지 않는 사람,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
진짜 속마음을 털어놔도 도망가지 않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랑을 꿈꿔도 되는 거 아닐까?
이건 내게 가장 뭉클했던 질문이야.
사람은 누구나 불안한 면이 있어.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의심하는 순간들.
그럴 때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그런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랑을 가장 성숙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거라고 믿어.
날 소모시키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있을수록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관계.
그게 진짜 사랑 아닌가 싶어.
가족의 모습으로 상상된다는 건
단순히 ‘결혼’이나 ‘육아’를 떠나
그 사람의 인격과 본질을 바라본다는 뜻이 아닐까?
함께 늙어가고,
가족이 되고,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 걷는 사람.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
어쩌면 사랑은,
이 질문 하나에 다 담겨 있을지도 몰라.
물론, 이 네 가지 질문에 완벽히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도 몰라.
하지만 그걸 꿈꾸고,
그런 사랑을 갈망하는 나 자신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이 네 가지 질문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던져보며
내 사람을 기다려 보기로 했어.
그리고 문득,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 네 가지 중 하나쯤은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졌어.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한 네 가지 질문은
결국 '그 사람'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도 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거울인지도 몰라.
당신은 지금, 어떤 질문 앞에 서 있나요?
그리고,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