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리뷰 에세이 영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백만 달러 버는 법>
딸 : 아들은 재산을 물려받고, 딸은 암을 물려받지.
엄마 :... 엠이 맨날 날 조르면서 이걸 물어봐. 누굴 제일 사랑하냐고. 나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너랑 가장 같이 있고 싶단 거야.
– 영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백만 달러 버는 법> 중에서 (2)
어릴 적부터 엄마의 장사를 도우며 가족을 뒷바라지해 온 딸,
마지막 병간호까지 해온 손주,
그리고 늘 사고 치고 손 벌리기 바빴던 막내아들.
그런데도 할머니는 집을 막내아들에게 남긴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속상함보다 서러움이 먼저 올라왔다.
이 말이 그냥 옛말인 줄 알았다.
근데 어느 순간, 현실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잘해주는 사람보다
손 내미는 사람에게 더 주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쟨 괜찮을 거야.” 하고 믿는 만큼
아무것도 안 주게 되는 모순.
그 믿음은 사랑이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그냥 소외다.
나는 잘 참고, 눈치 보고, 조심한다.
엄마가 바쁜 것 같으면 말 걸지 않고
누가 힘들어 보이면 내 마음은 뒤로 미룬다.
그래서 내 안부는 늘 뒷전이고,
내 노력은 “당연한 것”이 된다.
근데 진짜 당연한 걸까?
“말 안 하면 몰라.”
정말 그럴까?
그럼 우린 왜 이렇게 조용한 사람에게 소홀할까?
왜 먼저 표현한 사람만 챙기게 될까?
가만히 보면, 회사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티 안 내고 자기 할 일 다 하는 사람은
늘 뒷줄에 있다.
칭찬은 눈에 띄는 사람에게 가고,
보상은 목소리 큰 사람에게 간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자리를 떠나면 바로 티가 난다.
그제야 다들 말한다.
“그 사람이 없으니 허전하다.”
하지만 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쯤엔
그 사람은 이미 마음이 멀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엄마는 말한다.
“누굴 제일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너랑 가장 같이 있고 싶다.”
어쩌면 그게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물질보다 마음,
유산보다 시간.
가장 편한 사람에게 가장 많이 기대게 되는
그 애틋한 의존이
때로는 부담이 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나서지 않는 사람,
표현이 서툰 사람,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사람은
‘존재 자체가 사랑’인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오래 지속되려면
조금은 표현해야 한다.
가끔은 억울하더라도 손을 들어야 하고,
작게라도 “나도 힘들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로,
우리는 조용한 사람의 소리 없는 헌신을
더 잘 알아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티 안 내도 들여다보고,
나서지 않아도 손잡아 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우리도 어느 날
이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누굴 제일 사랑하냐고?
모르겠어.
근데 너랑 가장 같이 있고 싶어.”
*출처 : 영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백만 달러 버는 법>중 엄마와 딸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