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찌른 세 번의 주사 바늘, 인생을 살리다!

내과에서 만난 예기치 않은 우연, 맹귀우목(盲龜遇木)

by 글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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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격렬한 아픔만 골라 껴안으며

유난히 길고 고된듯하다.


희망을 바라본

새해 첫날

A-형 독감부터

이튿날 식중독까지

병원 투어로 시작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시름시름 하니

주변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당연히 하는 일들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더 큰 병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


건강검진 대상도 아니지만

위와 대장 내시경을 예약했다.

단지 큰 병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였다.


"수면으로 하실 거죠?!"

"네"

"최근 약을 복용하거나 수술하신 적은 없죠?"

"네 저는 입원이나 맹장 수술도 안 했습니다."


중년이지만

술 담배도 안 하고 몸만큼은 알뜰히 살펴왔다고 자부했다.


원프렙이란 약을 먹고

블록버스터급 관장을 무사히? 마치고 후덜덜한

다리에 무게중심을 잡으면서 병원에 닿았다.


사실 이곳은 내가 사는 곳과는 거리가 꽤 있지만

친구 추천으로 방문한 케이스이다.

내시경을 꼼꼼하게 해 주셔서 단골이 된 곳이다.


오늘따라 환자가 많았다.

대부분 감기 환자인 듯했다.



11시 내시경이지만

시간이 제법 지연되었다.


나는 건강검진실에서 대기를 했는데

일손이 부족했는지

간호사 분이 왔다 갔다 바쁘셨다.



숨이 가퍼지고 조급한 마음이 전달되었다.

허둥지둥 바삐 움직이셔서

그랬는지

혈관을 잘 못 찾고 세 번이나 쿡쿡 찔렀다.


"제 혈관이 잘 안보이죠?"

아프지만 걱정하실까 봐 옅은 웃음으로 불안을 덮어드렸다.


미안하셨는지

어디로 잠시 다녀온 후

서비스로 목 초음파를 공짜로 봐주시겠다는 거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

기다리시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나도 뭐 공짜라서 선뜻 받기로 했다.


초음파 검사는 어렵지는 않았다

목에 하얀 천 두르고

초음파기기로 주변을 검사하면 끝!


초음파 진단 선생님께서

목에 1.4CM가량의 결절이 보인다는 것이다.

불규칙하고 석회질도 보여서

조직검사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황당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자세한 것은


위와 대장 내시경을 받은 뒤 물어보기로 하고

검사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위는 식도 쪽 염증 외에 괜찮았고

대장 역시 좁쌀만 한 용종 2개 제거한 거 외에는 말끔했다.



맹귀우목(盲龜遇木)이란 말이 떠올랐다.


‘눈먼 거북이 나무를 만나다’란 뜻으로,

지금 어려운 처지에서 마주하는 뜻밖의 행운을 말한다.


내가 지금 작년에 받은 내시경을 하러 온 것도 그렇지만

한 번도 받을 생각 없었고

생각지도 못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해

결절을 발견하다니..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


난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과 '행운'을 마주한 하루였다.


갑상선 결절 조직검사가

비록 좋지 않게 나와도

운좋게 검사를 받아

큰 병원에 찾아갈 수 있게 해 준

주변의 상황과 그곳에 일하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다시 건강해지면

더욱 베풀면서

나로 인해서도 누군가가

맹귀우목(盲龜遇木)의 행운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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