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람으로 여무는 법
만년필이 종이에 닿아
'사각사각' 메마른 마음에 글을 새긴다.
24도의 이른 아침
'스륵스륵' 귀뚜라미,
'맴맴' 매미가 이중주를 이루고,
머리끝까지 번지던 뜨거운 전율은
이제 서서히 가라앉는다.
나뭇잎 하나 흔들지 않는 고요 속,
소리 없는 바람만이 수줍게 다가온다.
여름은 끝나가지만
나는 아직 여물지 못했다.
무엇을 가득 채워야
싱싱하고 풋풋한 가을 사과처럼
빨갛고 탐 실해질 수 있을까?
깊게 잠이 들지 않고
쉽게 잠이 깨는 이유이다.
비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에 데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가지 끝에서
단단한 중심을 잡고 여물고 싶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씩 빛을 머금으면서 말이다.
삶의 중심축,
흐르는 세월에
허투루 휘둘리지 말자.
내 그릇을 완성하는 일이
어젯밤 먹방을 보며 꾹 눌러냈던 허기짐보다 고프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남들 시선을 느끼며
헛헛하게 살아오고 있다.
빈 껍데기 같은 내 육신도
마른 볕에 속을 다 걷어낸 육포가 되기 전에
나란 인간, 한 번은 완성품을 만들자.
모난 날을 견디어
바라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함께 깨닫고
뜨거웠던 여름처럼
견디고 참아내며
한 인간으로서 여물고 싶다.
여름을 잃고
있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나를 찾고
고요히 익어 갔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