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결국

작은 희망들이 우리를 지탱한다

by 글곱



세상은 늘 기준을 내밀었다.

학벌, 연봉, 집, 외모, 결혼.

그것들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한 사람, 실패한 인생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민낯의 자리에 모인 이들은,

그 기준을 채울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임이 이어질수록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었졌다.


“저, 사실 이혼 사유도 다 제 잘못 같았어요.

근데 여기 와서 말해보니까…

저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재훈은 담담히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죄책감만이 있지 않았다.


“난 아직도 흉터가 부끄럽지만…

이젠 가끔, 살아있다는 용기 같아요.”

한 명 한 명 소중한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들은 깨달았다.

기준이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자신을 있는 그대로 꺼낼 수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야 비로소

‘나도 괜찮다’는 목소리를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었다. 용기는 그렇게 피어났다.

누구보다도 낮게 고개 숙여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얼굴을 들고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집세는 내야 했고,

빚은 줄지 않았고,

몸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모임을 다녀온 밤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오늘은 그냥… 웃고 싶네요.”


소현이 말했다.

차트 속 하락장에 지쳐 있던 그녀는

간만에 미소를 지었다. 옆자리의 재민이 게임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가 따라 웃었다.

그 웃음은 무디고 작았다.

그러나 그 작은 웃음이

다음 날을 버틸 힘이 되었다.


“내일은 또 힘들겠죠. 근데 오늘 여기서 웃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혜정의 말에 방 안은 고요했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희망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결혼, 성공, 부자가 되는 꿈이 아니었다.

작은 대화, 한 번의 고백,

서로를 바라보며 건네는 미소.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무너질 듯한 삶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그날 밤,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며

저마다 마음속에 작은 불빛 하나를 품었다.

희망이란 결국,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들은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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