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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김작가 Mar 08. 2022

해할 것 같은 모습으로

손도 대기 싫었다. 저런 가시가 박히는 날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숨겨진 나쁜 성질이라도 튀어나와서 그 성질을 지닌 채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못 되게도 부러뜨려진 나무 조각이었다.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를 나무 조각이 내 구역에 꽂혀서는 정리를 바란다. 버리던지 어떻게든 해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가시 돋친 채로 함께 하기엔 신경이 곤두선다.

그래, 어디 보자. 가만히 들여다 보기라도 해보자 싶었다. 버리는게 마땅한 대단치도 않은 나무 조각이 내 관심을 끄는데는 이유가 있을까? 아무리 들여다봐도 써 먹을데라고는 없어 보인다. 

상처 가장 깊은 부분을 컷팅했다. 아픈 곳에 시선이 가기 마련인가. 굳이 상처를 어루만지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마음이었다면 뾰족하고 지저분하게 부러진 부분을 잘라내고 성한 쪽을 선택해 사용했겠지. 그 반대였다. 성한 부분은 던져 버리고 부러진 부분을 잘라내어 이리저리 살핀다.

조심스러웠다. 내가 다칠까 봐...

굳이 조심하면서까지 아픈 곳을 들여다본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아니겠다는 생각에 일단 부슬거리는 가시 부분을 샌딩한다. 전동 샌더를 들이댔다가는 원하지 않는 부분까지 날아가버릴것 같아서 거친 사포로 살살 털어내고 마무리는 고운사포로 했다. 별생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때론 계획 없이 소재를 손질하는것만으로 뭔가 해냈다는 만족감이 들기도 한다. 

아름다운 산이 보인다.

우리는 대체로 저런 걸 산이라고 본다.

웬만하면 산이고 바다가 된다. 눈이라도 달린듯하면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알고 있는 이미지로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고 뭐든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내 얘기가 되는것 같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처는 아물고 편안해졌다.

조금만 말 걸어 주면 되는 일을 설레발친 것 같아 미안함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둡고 칙칙한 밤이어도 외롭지 않도록 작은달도 그려 넣고 달에 전구도 달았다.

사이즈가 아주 작은 전구를 구입하기 위해 전기재료사나 과학 실험재료를 판매하는 곳을 검색했지만 원하는 게 없었다. 이럴 때마다 답답하고 힘이 빠진다. 고민 끝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중 마이크로 led 와이어 라이트라는 걸 사둔 게 생각났다. 200구짜리 긴 전선이었는데 전구 한 개를 사용하기 위해 잘라냈다. 아까웠지만 당장 해보고 싶은 마음과 이만큼 어울리는 조명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실 전구가 불이 켜질지도 의문이었다. 와이어 선이 잘랐다가 다시 붙였을 때 제대로 작동을 할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터라 불안하기도 했다.

좀 웃긴다. 전문적이랄 것도 없는 초등 과학 수준의 지식일 수도 있다. 변명을 하자면 일반 전선이나 전구가 아닌 마이크로가 붙었다는 데 있었다. 그냥 변명이니 거기까지만 생각하자. 이런 데서 걸려 멈추면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냥 넘어가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어쨌든 생각났을 때 해야 한다.. 수은전지를 넣는 케이스와 선을 연결하고 배경에 구멍을 내서 전구를 끼워 넣었다. 계획적이지 않은 작업이라서 깔끔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다시 선을 예쁘게 정리하고 마무리까지 해야 완성이다. 전구는 반짝반짝 잘 들어왔다. 이렇게 작은 전구 설치하는 게 큰 전구 작업하는 것보다 까다롭다.

완성된 풍경에 액자도 만들었다. 그라인더에 철 브러시를 달고 각목에 엠보싱 처리를 했다.

나뭇결이 나이를 드러낸다. 풍경에 어울리도록 톤을 낮추어 페인팅까지 하니 자연스럽다.

난 좋은데…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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