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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김작가 Mar 06. 2022

뮌헨 이자르강의 돌멩이

어느 날인가는 잊고 말 것이다

어느 날인가는 잊고 말 것이다.

뮌헨 이자르강에서 주워온 돌멩이의 출처.

그날의 바람, 소리, 냄새, 기분...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생생하게 나를 부른다.

아이가 8살이던 2016년 9월에 처음 갔었고, 12살 되던 2020년 2월에 다시 찾은 뮌헨 이자르 강변.

자갈밭에 앉아 백조 무리에 장난을 거는 아이를 촬영한다. 

눈앞에서 갑작스러운 하트에 부랴부랴 셔터를 눌렀다. 


다가가는 것 정도는 거부감을 갖지 않는 듯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걸 허용하는 뮌헨의 백조들을 아들은 다시 만나고 싶어 했었다. 4년 전 빛이 좋던 가을날 슈타른베르크 강변에서 백조들과의 추억을 찾아갔지만 한두 마리밖에 보이지 않아 실망을 했다. 그리고는 백조의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은 다시 찾고 싶었던 뮌헨의 이자르강을 만나러 간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간데 또 가기였다.

2016년 이자르강을 만났을 땐 뮌헨에 있는 헬라브룬 동물원을 방문했다가 나오던 길에 우연히 만났었다.

이번에는 숙소 뒤쪽의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기억을 더듬으며 강의 방향으로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눈에 익은 다리가 보였다. 지도상에서 짐작했던 것보다 거리가 꽤 돼서 지쳤는지 아들도 윤샘도 말이 없어졌다. 가는 길 곳곳이 처음 걷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힘을 내봤다.

도착하니 고향에 온 듯 반갑다. 얼마나 있었다고 웃긴다. 여행 자주 다니는 사람은 온 세상이 고향이겠다.

몇 년 전처럼 고목에 앉아 강을 바라보고 있자니, 처음 이자르강을 만난 시점보다 모든 게 나이 들어 보였다. 

강은 그 자리에서 나보다 먼저 살고 있었고 흐르고 있었을 텐데, 난 내가 본 시점에서 나이 들었다 생각한다. 만나지 않았다면 강은 그대로 흐르고 있었을 뿐 나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이를 만났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할머니도 되겠지. 

함께 여행을 나선 퇴촌 친구 윤선생님과 잔잔히 흐르며 별다르지 않은 강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이는 4년 전처럼 강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다리를 넘어서 새로운 장면이 눈에 띄었다. 

4년 전 이자르강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하얗고 거대한 무리가 보였다. 

하얀 물체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우리는 반가움에 달렸고 감격스러웠다. 이렇게 많은 백조 떼를 만나다니. 

너무 많으니 조금 무섭기까지 했지만 금세 털썩 주저앉아 눈을 맞추고 놀았다. 오리보다 조금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이에게 위협적인 덩치였다. 아들이 다가가면 도망은 가지 않았고 손에 있는 먹이를 빼앗으려고 달려들려는 자세를 취해서 놀랐다.

백조들이 반갑고 신기했지만 몹시 시끄러웠다. 강가 자갈에는 백조들의 똥이 묻어서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추억이므로 조심스럽게 돌을 채집했다. 대단히 특별하지 않아도 적당히 예쁜 것으로.

훗날, 지금처럼 그리워할 것이므로...


강물은 조용하고 맑았다. 

꾸며진데 없이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며 도시와 공존하고 있었다.

덜썩 커버린 아들을 보며 조금 서운해진 마음에 그날의 추억을 그려본다.

돌멩이를 주워 왔던 그 자리를 배경으로 그리고 돌멩이를 배치해서 작업을 해보고 싶어졌다. 

아직 게을러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일단 그림이라도 슬렁슬렁 오일파스텔을 들어 그려 본다.

그리고... 업싸이클 아트를 기대하시라.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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