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하루가 아니라도 괜찮아
회사에 나가지 않은 첫날,
나는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렸다.
문 앞에서 푸딩이 꼬리를 흔들며 기다렸다.
“같이 가자”는 눈빛이었다.
아무 계획도 없던 아침,
나는 그 눈빛에 이끌려 집을 나섰다.
밤마다 걷던 산책길을 낮의 빛으로 걸었다.
부모산 오르는 길,
숨이 차오르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하루는 ‘계획표’의 단위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제는 한 걸음마다 내 몸이 시간을 가늠하고 있었다.
오르막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이게 진짜 내 호흡이구나.’
삶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낯선 방향으로 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기로 했다.
귀 기울이면,
언젠가 내 안에서도 길이 열린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출입처에서 일하던 공무원이었다.
“저… 일 그만뒀어요.”
“그럼 누구한테 얘기하죠?”
“누군가 하겠죠. 고맙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한마디에 긴장했던 어제의 시간이
서서히 멀어졌다.
푸딩이 나를 앞질러 달린다.
나는 그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계획적인 하루가 아니라도 괜찮다.
이건 내 시간의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