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과 Coffee Break>

by 성대진


○영어를 배우면서 서양 음료의 대명사로 coffee와 tea를 배웁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두 단어는 대체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가령, ‘Coffee please.’와 ‘Tea please.’는 각각 ‘커피 주세요.’와 ‘차 주세요.’로, 즉 대체적인 음료의 의미로 쓰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커피나 차를 마시는 휴식시간은 각각 ‘Coffee Break’와 ‘Tea Time’을 구분해서 씁니다. 단순한 언어 용례로만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차이는 역사적 연혁을 갖고 있습니다.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로, 특히 에티오피아 고원 지역이 커피나무가 처음 발견되고 재배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커피 이전에 휴식시간의 의미로 쓰이던 말은 ‘Tea Time’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서양 중세귀족이 가벼운 모임을 하면서 차를 마시는 시간을 ‘Tea Time’이라 불렀으며, 여기에서의 의미는 다분히 사교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에 ‘Coffee Break’에 대하여는 영어사전에 ‘a short rest from work in the morning or afternoon.’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Break, 즉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의 유래는 현장 근로자들이 업무 중이나 행사 중에 짧게 쉬는 시간에서 기원했습니다. 영어사전의 풀이 그대로 ‘일시적으로 활력을 얻기 위한 휴식’, 즉 작업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다수의 직장에서 ‘Coffee Break’를 활용하여 즉석회의나 간이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5~10분 정도의 휴게시간, 즉 ‘Coffee Break’가 휴게시간인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2심 항소심 재판부는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가 준) 5~10분 휴게시간은 구체적·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고, 근로자들이 동시에 작업을 멈추고 일괄적으로 휴식한 사실도 없었다"며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일 뿐 근무장소에서 벗어나거나 여가·수면을 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므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서술을 합니다. 휴게시간은 구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시간인데, 사안에서의 휴게시간은 구체적·고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단지 생리현상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결이유를 제시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제54조에 제1항에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휴게시간을 특정하여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휴게시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도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사>에서 드러난 법원 판결의 행간의 의미는 소송실무에서 합의부 법관들도 재판 도중에 ‘Coffee Break’를 활용하여 즉석으로 평의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재판에서도 헌법재판관들이 잠시 휴정하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진정한 의미의 휴게는 아니며, 사실상 재판의 연장이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대목은 휴게시간이 실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찰하라는 대법원의 주문입니다. ‘Coffee Break’는 휴게시간도 되고 근무시간도 되는 묘한 시간입니다.

<기사>

2심 항소심 재판부는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가 준) 5~10분 휴게시간은 구체적·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고, 근로자들이 동시에 작업을 멈추고 일괄적으로 휴식한 사실도 없었다"며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일 뿐 근무장소에서 벗어나거나 여가·수면을 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므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근로시간 중간중간에 구체적인 시간 정함 없이 수시로 부여 받은 짧은 휴게시간은 근로시간과의 구별이 어렵고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0034846i




<근로기준법>

제54조(휴게) ①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②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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