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단어가 국내 언론을 도배하더니 이번에는 마스가라는 단어가 그 뒤를 따릅니다. ‘마스가’는 마가를 패러디하여 만든 단어로, 구체적으로는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입니다. 마가가 없었으면 당연히 마스가도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힘이 다시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국내 조선소의 간판이었던 HD현대가 일감이 없어서 고난의 행군을 하던 순간이 엊그제인데, 다이나믹한 변화를 실감합니다. 그래서 이제 한국의 조선산업은 부활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가수 김부용의 히트곡 ‘풍요 속 빈곤’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조선산업이 미국의 마가로 인하여 부활한다는 화려함 뒤에서 컴컴한 선박 안에서 소리없이 스러지는 근로자들이 있었습니다. 다음 <기사>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가 중대재해 다발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내하청 근로자의 중대재해와 사망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 자체가 거대한 위험산업입니다. 그런데 유독 재해, 그리고 사망은 사내하청 근로자에게 발생합니다. 원청노조가 사측에게 위험의 예방을 주문하지만, 막상 하청기업 근로자의 재해에 대하여는 별다른 반응이 없이 오로지 사측만을 비난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 자체에 대하여는 사측과 ‘완전한 합의’를 한 것입니다.
○<기사>는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다. 추락할 위험이 있는 높이에서 작업수행시 추락방지조치 미비, 지게차 운행시 유도자 미배치, 낙하물에 의한 위험방지 미조치, 위험물질 취급시 폭발 화재 방호조치 미비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서술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해근로자의 부주의가 합쳐져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사측의 안전보건조치가 그 위험의 가능성을 낮추기는 합니다. 문제는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주체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같게 ‘사업 또는 사업장’, 즉 개별기업을 중심으로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선이나 건설 등과 같은 다단계 하청구조의 경우에는, 특히 사내하청의 경우에는 갑의 지위에 있는 원청이 그 안전보건조치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사내하청은 말이 좋아 개별기업이지 영세 보따리상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산안법 제58조 제1항 본문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작업을 도급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그 작업을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위험작업에 대한 도급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위험작업이란 도금작업,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허가대상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입니다.
<기사>
지난해 한국 조선소에서는 1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노동자 21명이 숨졌다. 재해 유형별로 보면 △화재·폭발 4건(7명 사망) △익사 3건(3명) △떨어짐 3건(3명) △맞음 2건(3명) △깔림 2건(2명)이고, 끼임, 부딪힘, 질식(추정)은 각각 1건(1명)이었다.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다. 추락할 위험이 있는 높이에서 작업수행시 추락방지조치 미비, 지게차 운행시 유도자 미배치, 낙하물에 의한 위험방지 미조치, 위험물질 취급시 폭발 화재 방호조치 미비 등이 대표적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가 중대재해 다발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 5개사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한화오션·삼성중공업 모두 2021년에서 2023년 사이 원청 노동자는 소폭 증가하거나 줄어들었다. 반면에 사내하청 노동자는 HD현대중공업이 51.3%(1만400명→1만5천732명), 한화오션이 57.5%(8천618명→1만3천574명) ‘껑충’ 뛰었다. 더군다나 원청 조선사들이 조선소 호황에 따른 인력난을 이주노동자와 물량팀 노동자로 채우려고 하면서 고용구조 악화는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 21명 중 18명(85.7%)이 하청노동자였다. 조선업인권침해대응연대는 보고서에서 “이미 인력수급업체로 전락한 대부분의 하청·재하청업체는 독자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기 어렵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안전보건관리가 미흡한 상태에서 더욱 위험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중대재해 주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419
<산업안전보건법>
제58조(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작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작업을 도급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그 작업을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도금작업
2.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3. 제118조제1항에 따른 허가대상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
② 사업주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 각호에따른 작업을 도급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그 작업을 하도록 할 수 있다.
1. 일시ㆍ간헐적으로 하는 작업을 도급하는 경우
2.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전문적이고 사업주(수급인에게 도급을 한 도급인으로서의 사업주를말한다)의 사업 운영에 필수 불가결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산안법도 예외를 규정하여 위험작업의 도급을 허용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일시ㆍ간헐적으로 하는 작업을 도급하는 경우와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전문적이고 사업주의 사업 운영에 필수 불가결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입니다. 조선산업의 경우에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기사>에서 ‘지난해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 21명 중 18명(85.7%)이 하청노동자였다. 조선업인권침해대응연대는 보고서에서 “이미 인력수급업체로 전락한 대부분의 하청·재하청업체는 독자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기 어렵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안전보건관리가 미흡한 상태에서 더욱 위험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중대재해 주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라는 대목을 보면, 원청업체인 조선기업이 충분한 안전보건조치를 했는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 이전에 ‘곶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원청업체가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는 것이 산안법 제58조의 취지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