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의 산재승인 폭증과 부정수급방지책>

by 성대진


○‘흥부전’에서 흥부는 가난을 이기려고 이색 직업을 택하게 됩니다. ‘매품팔이’라는 것인데, 타인의 죄를 뒤집어쓰고 매를 대신 맞는 것을 말합니다. 매품팔이는 현대에도 존재합니다. 영화 ‘친구’에서 조폭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돈을 받는 부하가 그렇고, 알 카포네의 부하가 대신 죄를 뒤집어쓰는 부하가 그렇습니다. 매를 맞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타인의 법적 책임을 뒤집어쓰는 사람을 서초동 법조계에서는 ‘바지’라 흔히 부릅니다. 그래서 ‘바지의 항변’이라는 고전적 법리(?)가 형성되었습니다. 물론 그 어떤 판사도 바지의 항변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서양이라고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도 유사한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 문제가 있습니다. 매품팔이든 바지든 그 이유는 슬프게도 돈 문제입니다. 먹고살 길이 아득하기에,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그렇게 비극적이고도 슬픈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비극은 영원하지만은 않습니다. 법률상의 제도에서도 먹고살 길 때문에 편법 내지 위법의 관행이 생기다가 나중에는 합법화하는 과정이 발생합니다. 조선시대 방납의 관행을 균역법으로 승화시키는 사례가 그런 사례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상 배달라이더의 전속성의 요건과 그 폐지과정도 그런 맥락입니다. 플랫폼노동에 종사했던 배달라이더의 법률상 명칭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일명 ‘특고’) 또는 ‘노무제공자’라 각각의 단행법으로 규정되다가 이제는 ‘노무제공자’로 차츰 통일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삭제된 구 산재법 제125조에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전속성의 요건이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전통적인 ‘사용자-근로자 관계’를 전제로 한 개념으로서, 그 내용은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었습니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고용노동부 고시(제2017-21)이고, 이에 근거하여 근로복지공단이 공고한 내용(2022년 1월 1일 시행)에 따르면, 퀵서비스기사의 경우 월 소득이 115만 원 이상, 근무 시간이 월 93시간 이상일 때 전속성을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위 요건에 조금만 미달해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비롯하여 배달라이더의 경우 일명 ‘공유콜’을 통해 여러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근무를 하다 보니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았고, 현실에서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로 남아서 비극을 낳았습니다.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근로자는 부득이 재해보상에 관한 소송을 통해서 지난한 법정 싸움을 거쳐야만 하는 쓰라림이 강제되는 현실이 이어졌습니다.


○역대 정부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아니하고 사회보험의 확대라는 공통분모를 가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보수정부인 윤석열 정부의 여당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어 ‘전속성 요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산재법 및 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여야 간 이견이 없이 2022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화물노조 등 노조에 대하여 강경책으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정책인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아무튼

2023. 7. 1.부터는 여러 업체에서 일하는 배달라이더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목구멍이 포도청인 까닭에, 현실의 배민 배달기사는 쿠팡이츠 배달기사도 겸하는 사실을 주목하여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취지로 전속성의 요건을 폐지한 것입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2023년 7월 1일부터 이러한 전속성 요건이 전면 폐지되므로 여러 업체에서 일하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산재보험의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법개정은 실은 사업주가 배민이나 쿠팡 등 복수의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과도 형평에 부합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는 향후 배달라이더에 대한 산재승인의 증가를 예측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 폐지 뒤 배달라이더를 포함한 무려 65만명 가량의 노무제공자가 새로 ‘산재보험 울타리’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다음 <기사>는 산재보험혜택의 증가의 이면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배달이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산재가 발생하기에, 사업주는 배달라이더의 산재사고를 감독하기도 어렵고 사실확인도 어렵습니다. 물론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교통경찰의 교통사실확인원 등을 통한 사실확인이 가능하지만, 상당수는 배달라이더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산재승인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부정수급의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산재보험도 보험이므로, 보험의 구조적 취약성, 즉 사행계약의 속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사행계약의 실천적 결과인 부정수급은 보험의 구조적 취약성이기도 합니다. <기사>의 지적대로 부정수급방지라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기사>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화물차주, 캐디 등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재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주 52시간 근로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기업의 관리·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아 산재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계는 산재 인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부정 수급을 차단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연구원에서 받은 ‘노무 제공자 산재보상실태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노무 제공자의 산재 신청은 2020년 2961건에서 2024년 1만5028건으로 4년간 다섯 배가량 급증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4145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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