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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짐에 대하여'

by 연우

나는 남겨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날들이 있다. 남겨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날. 그럴 때면 남겨짐에 대해 생각한다.

영화나 소설책이나 드라마를 볼 때에도 그런 느낌이 든다. 그것들은 끝맺음을 맺고 떠나가는데 나는 그 안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 있는 기분이 든다. 그곳에 남아 여운에 잠겨 허덕이고 만다. 잔잔한 물결이 그치지 않고 계속 물결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그런 것처럼. 차라리 끝의 끝이 단단히 매듭지어져서 내가 궁금하지도 않고 그곳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꽉 닫힌 엔딩을 좋아하게 되고, 어쩌다 열린 결말의 엔딩을 맞이하면 그곳에서 오래 머물러 있게 된다. 퍽 괴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삶에서도 남겨짐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주위에 친구들이 직장을 잡고, 누군가를 만나 안정적인 삶을 살고, 결혼을 하는 것을 보면 친구들은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인데 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듯한 기분이다. 나만 혼자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하나둘씩 나를 떠나가는데 나는 떠나가지를 못해서 남겨져 있는 기분.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다들 돌아갈 자리가 있는데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 기분. 그래서 혼자 빈 공터에서 남겨진 기분.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영원은 없지만 영원하기를 바라는 관계가 있다. 끝을 내기 위해 냈던 끝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도 존재했지만 영원을 바라는 그 시간 속에서는 너무나도 소중했기에 끝이 났다는 것에 마음이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끝이 있다는 것에 원망이나 억울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끝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들이 허무하고 공허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떠나가는 순간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리 씁쓸하지 않기에 이기적이게 잊어버리게 되는 듯하다. 매번 내가 남겨지기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남겨졌을 때에 마음이 크게 와닿게 느껴지게 된다. 이럴 때 보면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기도 하니까. 내가 떠나간 것들, 남겨져있던 것들을 생각하면 참 공평하다 싶다가도 마음 한구석에 헛헛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떠나가고, 남겨지고 삶이란 짙어지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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