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무런 기분이 없는 날들이 있다.
어떤 즐거움도, 스치듯 지나가야 할 불쾌감도, 때때로 찾아와야 하는 우울감도. 그 어떤 것도 찾아오지 않는 날들이 부쩍 많아졌다.
감정의 부재다. 손톱에 가시가 찔려 따끔해야 할 감각이 끊겨버렸다. 억지로 무딘 마음을 이끌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찔려보아도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도 가질 수 없는 내게, 유일한 것마저도 나를 버리려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무언갈 써 내려갈 일도, 움직일 동기도 모두 빼앗긴 느낌이다.
다시 되찾고 싶다. 편안한 고독이 나를 헤집고 살갗을 파고드는 그 미세함을 되찾고 싶다. 뼛속이 시리고, 몸과 마음이 쪼개지고 또 쪼개져 조각난 단어들을 이어 문장이 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쓰고 싶었을 뿐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절망뿐인 그 애매한 재능이 그토록 갖고 싶었다.
애매함은 재능이 아니라 형벌이었다.
그 형벌의 끝은 부재일지도 모른다.
갈망할수록 더욱 옅어지고 만다.
그럼에도 쓰고 싶다.
애매하고 어설픈 한 줄일지라도 되찾고 싶다.
텅 비어버린 마음에 단 한글자라도 읽고 써 내려갈 문장을 써본다.
설령 사랑받지 못할 글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