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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Jan 09. 2019

나는 두 딸의 <인턴>이 되고 싶다

딸들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는 아빠의  <인턴일지>

 


토요일 날, 온 가족이 함께 아침부터 서둘러서 조조영화 한 편을 봤다. 영화가 끝나고 동네 맛집을 찾아 점심까지 같이하고 나서, 두 딸의 제안으로 커피 한잔을 위해 카페로 향했다. 밖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에 둘러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셔가며 수다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로서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주점도 아닌 카페에서 해가 저문 줄도 모르고 한나절이나 수다를 떨다니. 그것도 딸내미들과.


그날 가족 토론회(?)의 주인공은 ‘아빠’ 즉 나였고, ‘아빠의 이모작 인생길’이 주제였다. 대화는 두 딸이 장단 맞춰가며 이끌어 갔다. 어느새 나도 점점 빠져들어 몰입된 토론자가 되어 있었다. 평상시 말을 아끼는 아내도 은근슬쩍 토론에 뛰어드니, 온 가족 토론회가 되었다.


여기서 갑자기

아빠, 글을 한번 써보는 건 어때?

라는 제안이 나왔다.


딸들의 주장을 빌리자면, '아빠가 자기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면, 자기 세대의 친구들에게 따뜻한 응원이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딸들과 친한 편이다. 딸들과 자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난 딸만 둘인 ‘딸딸이 아빠’인데,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은 심각한 '딸 바보'에 속한다. 


나와 딸들의 대화의 역사는 딸들이 어렸을 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딸이 중학교에 들어 간 때부터 고교, 대학, 지금의 회사까지 매일매일 등굣길, 출근길에 내 운전석 옆자리는 딸들의 차지였다. 오분 짜리에서부터 한 시간짜리까지 시간은 달랐지만, 아침 출발 길을 매일매일 같이하면서, 나와 딸들은 날마다 새로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 딸이 이제 직장인이 된 지 벌써 수년이 지났으니, 벌써 15년이 넘는 세월이다.


그 덕분에 난 딸들과 이야기가 좀 되는(?) 아빠가 되어있는 듯하다.


대기업 직원으로 15년, 중소기업 사장으로 15년, 합해서 30년의 직장생활을 했던 나는, 두 딸의 출근길 멘토 15년 동안 두 딸과의 수다 속에서, 내가 했던 경험과 고민 그리고 후회를 딸들과 솔직하게 나누었다. 나름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월인지라 딸들에게 전해주고픈 얘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많았던 수다와 못 다했던 이야기를 하나씩 글로 기록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두 딸의 말처럼, 글로 전해질 내가 딸들과 나누었던 나의 30년짜리 경험, 고민, 후회가 딸들과 동시대의 고민을 안고 있을 청년들에게도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몇 년 전 개봉 영화 ‘인턴(Intern)’에서, 주인공 ‘벤’이 고민 많은 초보 여사장 ‘줄스’에게 삶을 통해 얻은 지혜를 사려 깊게 전해주는 ‘인턴’이 되어 주듯이, 나도 이제부터 녹녹하지 않을 사회와 홀로 마주해야 할

두 딸의 따듯한 조언자 '인턴'이 되고 싶다.


딸들의 인턴이 되어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나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것에서 배웠던 경험을 들려주는, 솔직한 잔소리꾼이 되어 주고 싶다.


비록 글재주나 글을 써본 경험은 없지만,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는 영화 '인턴'속의 대사를 믿고, 딸들과의 수다 속 이야기를 글로 옮겨 적는 ‘인턴 일지’를 시작해 보겠다.






2019년 1월, 인턴 ‘투빈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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